인공위성 먹통 만드는 '우주방사선'…내방사선 반도체로 극복

고에너지 입자 충돌해 전장부품 오류…전기차 급발진 원인 의심
원자력硏 국산화 목표 공동연구 박차…"테스트 인프라 절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우주방사선이 우주항공·모빌리티 전장부품의 오작동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극복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 내 고에너지 입자와 충돌해도 견딜 수 있는 '내방사선 반도체'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탐사를 계획 중인 심우주 환경은 양성자 등 밀도가 높기 때문에 기술 필요성은 커질 전망이다.

14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9년까지 '내방사선 국가전략반도체 사업'을 통해 내방사선 반도체 국산화 및 성능평가 기반을 마련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우주로 보낸 반도체 소자의 고장 원인 약 30%는 우주방사선이다.

대표적 오류가 '비트 플립'이다.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소자가 방사선 고준위 입자에 노출돼 비트값(0,1)이 바뀌는 현상이다. 이진법 연산이 꼬여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일으킨다.

최근 인터뷰를 가진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이 현상이 전기자동차의 원인불명 고장을 유발한다고 지목했다.

그는 "우주방사선 내 중성자가 전기차 반도체 핵심 부분과 충돌하면 순간적으로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는 급발진 등 원인이 된다"며 "이후 서비스센터 점검을 받으면 정작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견디는 내방사선 반도체는 우주항공, 발사체 등의 안정적 운용에 필요하다. 위성의 두뇌 격인 온보드 컴퓨터와 통신 장비에도 쓰인다.

장차 수요는 커질 전망이나 한국은 아직 내방사선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영국 BAE시스템즈, 미국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 5개 사가 세계 시장 절반을 차지한다.

원자력연은 국내외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확보에 도전한다. 올해 1월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캠퍼스 다기능 유연소자 분야 공동연구센터와 공동연구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국재료연구원과도 감마선이 나노소재 반도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 고장 원인 일부를 규명했다. 감마선을 많이 쬘수록 트랜지스터 최소 전압인 '문턱전압'이 높아져 전류가 소폭 감소하는 특이 현상을 발견했다.

앞으로의 숙제는 테스트 인프라 확대다.

강창구 원자력연 책임연구원은 "내방사선 반도체는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라기보단 기존 회로와 공정을 수정해 만드는 것"이라며 "관건은 시험평가 등을 통해 작동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는 고에너지 대역과 인증 기준을 갖춘 테스트 시설이 부족해 관련 기업은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시설 구축에 수조 원이 드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자력연은 우선 기존 시설을 활용한 평가기술 고도화부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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