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도 우주 방사선도 막아내는 똑똑한 섬유[미래on]

가파른 기후 변화에 기능성 섬유 연구 활발
에어컨 없어도 쾌적…안전한 우주여행도 성큼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탄산칼슘으로 코팅한 직물(오른쪽)와 코팅하지 않은 직물 비교.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옷만 입었을 뿐인데 땡볕 더위에서 체온이 내려가고, 우주 방사선 걱정 없이 우주여행도 가능하다. 다소 황당한 소리 같지만 이 같은 기능성 의복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과학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은 최근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분필의 주성분으로 직물을 코팅해 햇볕을 반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은 분필과 석회 등에 다량 들어있는 탄산칼슘을 직물에 얇게 바르는 것이다. 탄산칼슘 입자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연구진은 탄산칼슘층으로 옷감을 코팅한 후 32도 이상의 햇볕에 노출시켜 옷감의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탄산칼슘 코팅을 한 직물 아래의 공기 온도는 주변보다 4.5도 낮았다. 코팅 처리하지 않은 직물과 비교하면 최대 8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칼슘으로 코팅된 옷을 입는다면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작업이 많은 현장 근로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열사병 등도 막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에 활용된 섬유 조각.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 제공)

연구진은 "환경에 무해한 재료를 사용해 직물을 냉각시킬 방법을 개발하고자 했다"며 "이 기술은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는 동시에 몸의 정상적인 열 배출도 방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냉각 직물은 기존에도 개발된 게 있었으나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착용도 불편했다. 제작 비용도 비쌌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판매 중인 모든 면직물에 적용할 수 있고 세탁도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다.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MIT) 연구진들은 '나노 다이아몬드'라는 입자를 면직물에 코팅한 결과 처리되지 않은 면직물에 비해 최대 3도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방사선 노출 우려가 큰 승무원, 의료계 종사자, 발전소 근로자 등이 반길만한 소식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가 우주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섬유를 개발한 것이다.

우주 방사선 속 중성자는 생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전자기기 오작동을 유발한다. 스페이스 X등 민간 기업의 도전 속에 우주여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에 우주 방사선을 막을 신소재 우주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BNNT는 기존 활용되던 탄소나노튜브(CNT)와 유사한 구조다. 그러나 격자 구조 내 다수의 붕소를 포함하고 있어 중성자 흡수력이 CNT에 비해 약 20만 배 정도 높다.

연구팀은 BNNT와 내열성이 강한 고분자 화합물인 아라미드를 완벽히 섞는 기술을 개발, 새로운 기능성 섬유를 만들었다. 이 소재는 최대 500도에서도 타지 않는 것은 물론 원하는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

우주복뿐만 아니라 방사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직군의 방호복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열성이 뛰어나 국방·소방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