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아리셀 화재 막자…열폭주 AI 예측, 불타지 않는 전해액"

"양극·전해질 녹으면 돌이킬 수 없어…AI로 녹는점 모니터링"
"불연성 물질로 배터리 대체해야…높은 생산 단가 발목"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주최 '배터리 안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 포럼이 열렸다./News1 ⓒ 뉴스1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할 과학적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열폭주 방정식을 결합한 인공지능(AI) 화재 예측, 쉽게 불타지 않는 전해액 등이 제시됐다.

장기적으론 발화 위험이 현저히 낮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주최한 '배터리 안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 포럼서는 이런 내용들이 공유됐다.

최근의 아리셀 공장, 청라 아파트 사고 등 화재 원인은 결국 '배터리 열폭주'다. 열폭주를 일으키는 주요 변수에는 물리적·전기적·열적 남용 등 세 가지가 있다.

물리적 남용은 충격·천공으로 인한 누액 등이다. 전기적 남용의 대표적 현상으론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해 매우 큰 전류가 흐르는 '단락'이 있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최종적으로 과열을 일으킨다.

오기용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전기적·열적 남용을 규명하는 다물리 방정식을 설계했다. 전기적 흐름, 배터리 구성요소별 녹는점 등을 담은 계산식이다. 이 방정식을 배터리 변화를 측정하는 AI 모델과 결합한다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단 설명이다.

그는 "특히 양극과 전해질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가 위험하다"며 "이 둘은 녹으면서 가연성 물질인 산소·수소를 내뿜기 때문에 화재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에 이런 AI 모델을 탑재한다면 단락 현상과 이로 인한 연쇄적 연소를 미리 경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도칠훈 한국전기연구원(KERI) 이차전지연구단 박사는 "배터리 구성 물질을 쉽게 불타지 않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단락을 막는 분리막, 나아가 전해액을 불연성 물질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관련해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난연성 전해액 'BEMC'가 소개되기도 했다. 기존 대비 인화점이 30도 높아졌고 가연성 기체 발생도 37% 줄였다.

장기적으론 세라믹 등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돼야 한다. 리튬 전지 대비 충격에 의한 누액 위험도 현저히 낮다.

숙제는 상업성이다. 기존 배터리 제조 공정을 수정해야 하고 생산 인프라도 전면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원가를 상승시켜 민간기업 등서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

도 박사는 "현재 고체 전해질의 생산 단가는 kg당 1600만 원(1만 2000달러) 수준으로 기존 리튬 전해액보다 1200배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불연성 전지 도입을 촉진하는 법안 등을 예고·입법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들부터 이에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민간의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