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넘어 장비·뇌로 확장되는 '도핑'[아무tech]

혁신 기술이 도핑되기도…뇌 자극 도핑 가능성도 제기
호주 사업가, 도핑 허용하는 '인핸스드 게임' 시도 중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설치된 오륜기가 밝게 빛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4년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다.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으로 국제적 연대를 추구하는 올림픽에 있어 도핑은 상극이다.

최근 전 세계 수영 선수권 자유형 100m 우승자가 '인핸스드 게임' 관계자로부터 받은 제안이 관심을 모았다. 그 내용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금지 약물 복용 후 전신 수영복을 입고 기존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면 1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인핸스도 게임은 호주 사업가 에런 드수자가 기획한 경기로 약물을 통한 경기력 향상을 긍정한다. 과학적·의학적 안전 관리에 입각한 약물 투여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로이터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핸스드 게임의 제안을 살펴보면 약물뿐 아니라 '전신 수영복' 같은 기술 요소가 포함됐다.

전신 수영복은 그 재질에 따라 물의 저항을 상당히 줄여주고 근육 압착으로 피로도를 줄여준다. 결국 이런 기술적 요소가 개입하면 장비 개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약소국 선수는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에 올림픽 위원회는 2009년 전신 수영복을 금지했다.

약물을 제외한 다른 기술 요소를 이용하는 도핑 방법을 '기술 도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술도핑의 대표적 사례로 육상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되는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Vaporfly) 신발 금지가 있다. 중창의 탄소 섬유가 스프링처럼 작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골프 영역에서도 꾸준히 골프공 규격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1970년대 골프공의 보조개(딤플)를 비대칭으로 배치한 '폴라라 골프공'이 출시됐다. 이 공은 비대칭 딤플 패턴으로 골프공의 궤도가 자동으로 직선으로 교정됐다. 1980년대 미국골프협회(USGA)는 폴라라 골프공을 대회에서 금지했다.

2023년에는 로열 앤드 에이션트 골프클럽(R&A)과 미국골프협회는 최신 골프공 규칙을 확정했다. 볼 스피드 약 294.5㎞, 2220rpm(분당회전수), 발사각도 11도로 타격했을 때 비거리 317야드(약 289.9m)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프로 대회 기준 2028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 '브레인 도핑'도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약한 직류 자극을 보내 뇌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경두개 직류전류 자극(TCS)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 활성 효과가 지구력, 근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며 브레인 도핑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