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부터 우주 무기까지 다재다능 '레이저'[아무tech]

동일한 성질의 빛이 모인 레이저…고에너지 전달에 활용
의료, 정밀 가공부터 위성 무력화, 미사일 요격까지 다양하게 활용

1일 새벽 새해를 맞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에서 레이저쇼가 펼쳐지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2023.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인류가 처음 불을 다루기 시작한 이래로 빛은 밤의 어둠과 어둠 속에 숨은 위험을 몰아냈다. 전구의 발명과 함께 인류는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밤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류가 빛을 활용하는 기술은 이제 레이저로 발달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을 넘어서 의료, 산업, 통신, 군사 등 전 범위에 활용되고 있다.

기존 조명과 레이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매우 잘 다듬어진 빛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파장이 섞여 여러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기존 조명과 달리 레이저는 단일 파장(단색)과 한 방향으로 향하는 지향성이 높다.

레이저를 활용하면 고에너지의 빛을 정밀하게 다룰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원자나 분자에 따라 그 안에 포함된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수준은 계단처럼 정해진 단계가 존재한다. 평소에는 낮은 수준에 있는 전자가 적합한 에너지를 받으면 위 단계의 에너지 수준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며 빛(전자기파)을 내보낸다. 여기서 나오는 빛을 광공진기 등으로 증폭시키면 동일한 파장과 위상을 가진 '정돈된' 빛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빛이 레이저다.

레이저를 활용하면 큰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어 강하고 정밀한 절단이 가능하다.

자르려는 물질에 따라 레이저 특성을 조정하면 각막이나 피부 종양부터 섬유, 금속까지 정밀 절단이 가능하다. 레이저를 이용한 정밀 가공은 자동차, 전자 회로, 항공우주 제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거꾸로 금속의 표면을 녹여 붙이는 레이저 용접 기술도 개발됐다. 3D 프린터 중에는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이고 굳히는 과정을 반복해 물체를 출력하는 방식도 상용화됐다.

최근 레이저 기술은 지구를 넘어 우주 기술로도 발전하고 있다.

레이저는 기존 우주 통신 수단인 전자기파에 비해 큰 대역폭을 가질 수 있어 고용량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또 레이저는 천체 자기장, 전하성 입자로 인한 간섭도 적어 통신 안정성에 강점이 있다.

안보 패러다임이 우주로 넓어지며 적국의 위성을 파괴하는 수단으로도 레이저가 개발되고 있다. 유사시 레이저로 상대의 정찰 위성이나 항법 위성을 무력화해 전략적 우위를 취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중국과 러시아의 레이저 무기 개발 현황이 보고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보 분야에서는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한 미사일·무인기 요격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다. 한국도 2023년 방위사업청에서 고출력 레이저 기술개발 사업을 의결해 기술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레이저는 무언가에 에너지를 높여 파괴하는 것뿐 아니라 절대영도에 근접하게 원자나 분자를 냉각시키는 데도 활용된다. 레이저의 광자를 이용해 원자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내 속도를 줄여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이런 방법은 양자 과학, 원자시계 제작, 중력계 제작 등 첨단 분야 연구에 활용된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