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석학이 본 R&D…"예산 지원 없이는 노벨상 성과 어렵다"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한 국가가 어떤 분야에서 예산을 아끼기 시작하면 미래 경제에서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예산 조정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다"

이달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십 포럼'에서 패트릭 크래머 막스플랑크연구회(MPG) 회장은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두고 이같이 답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등을 안정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면 젊은 인재를 유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날 기초과학연구원(IBS)과 MPG는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해 양국 기초과학 협력을 논의했다. 1948년 독일에서 설립된 MPG는 지금까지 3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단일 기관으로서는 역대 최다 수준이다.

크래머 회장은 기초과학이 현존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해 참신한 해법을 발굴하는 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는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석하려는 1차원적 사고는 위험하다"며 "이를 탈피하려면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현존 문제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일수록 기간이 길어지는 데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노벨상 수상자들도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성과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 인재 유치의 또 다른 해법으로 글로벌 협력이 강조되기도 했다. 특히 양 기관은 신진 연구자들의 인적 교류를 확대해 이들의 활동 영역을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신 연구 시스템 및 장비 도입으로 이들의 성장을 지원한다고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를 목표로 MPG 국내센터 개소·공동연구 프로그램 등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특히 MPG 국내센터 개소가 성사되면 양국의 추가적인 재정 지원 등이 가능해진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인적 교류는 기관 등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며 "양 기관 협력으로 우리 우수 인재가 독일에서 연구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직업인으로서 과학기술에 종사할 수 있으려면 시장에 얼마큼 기회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인력 수요가 아직 크다는 점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 기회가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산업계로의 인재 유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크래머 회장은 "독일에서도 학계와 산업계 간 인재 유치 경쟁은 존재한다"며 "MPG도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곳보다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자 고유의 아이디어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학계에 몸담을 때만 가능하다"며 "이러한 기초과학의 매력을 젊은 인재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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