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좋아도 전달 안 되면 백약이 무효…약물 전달 기술[아무Tech]
꽂으면 부드러워지는 주삿바늘·나노입자·미세 바늘 등 다양하게 진화 중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인체에서는 매 순간 화학 물질이 만들어지고 분해되고 움직인다. 또 여러 층으로 구성된 피부를 비롯해 외부 물질을 막는 보호 장치도 인체에도 많기에 약물을 인체에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변비약처럼 장에서 작용하는 약물은 위산에 녹지 않도록 코팅 처리가 돼 있다.
알약은 입에서 녹이는 것부터 시작해 목, 위, 장까지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에서 약물이 나오도록 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개발됐다. 또 약의 일부는 위에서 녹고 나머지는 장에서 녹는 '삼중정'도 만들어졌다. 단순히 약물 전달 위치뿐 아니라 천천히 녹아 오랜 시간 균일하게 약효가 나타나게 하는 서방정도 있다.
주사기도 근육, 정맥, 동맥, 피내, 피하, 골내 주사 등 주사 약물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주사 재사용 및 편의성을 높인 주사기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주사 재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드러워지는 주삿바늘을 개발했다. KAIST의 정재웅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정원일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갈륨 기반 주사기는 체내 삽입 후 갈륨이 액체화돼 부드럽게 변한다. 사용 후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주사 재사용 문제를 차단할 수 있고 환자가 움직일 때 혈관 벽 손상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니들도 신개념 약물 전달 수단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1 수준의 미세한 바늘이다.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많은 미세 바늘이 피부 안쪽까지 약물을 전달한다. 이 방식은 상처, 통증이 적고 소량의 약물로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받고 있다. 또 피부에 유효 성분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장품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약물 전달 기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알약이나 주사뿐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도 이뤄진다.
같은 작용 원리의 약 이더라도 몸에 더 길게 체류할 수 있으면 여러번 맞을 주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환자의 편의성, 접근성이 높아진다.
삭센다로 상품화된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로 상품화된 세마글루티드는 둘 다 비만 개선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둘 다 호르몬 GLP-1의 작용에 영향을 끼친다는 원리는 동일하지만 몸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다르다. 리라글루티드는 매일 주사로 맞아야 하지만 세마글루티드는 주 1회 주사로 충분해 환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세마글루티드는 주사가 힘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알약 형태로 개발됐다. 다만 매일 투여해야 한다.
지질나노입자(LNP)도 첨단 약물전달시스템 중 하나다. LNP는 세포 내부까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활약한 mRNA 백신도 LNP를 이용한다. mRNA는 인체에서 쉽게 분해되는데 이를 LNP로 감싸면 세포 내부까지 전달할 수 있다. mRNA뿐 아니라 다양한 약물을 LNP로 전달해 치료 효과를 보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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