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분의 1초' 물리 세계 열어준 3인, 노벨물리학상 수상(종합)

초고속 카메라처럼 전자 움직임 순간 포착 가능성 열어
륄리에 교수, 노벨물리학상 5번째 여성 수상자

(왼쪽)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 플랑크 양자 광학연구소 연구원, 앤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수 (노벨 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Niklas Elmehed 그림) 2023.10.03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3년 노벨물리학상은 100경분의 1초(아토초)의 빛(펄스)으로 전자 세계를 관측하는 데 이바지한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는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 플랑크 양자 광학연구소 연구원, 앤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11시45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들의 연구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빠른 분자와 원자 내부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아토는 100경분의 1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1아토초는 빛도 원자의 지름 정도만 이동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아토초 수준의 펄스를 이용하면 찰나의 순간을 관측할 수 있다. 경주용 자동차를 카메라로 찍을 때 셔터 속도가 느리면 잔상이 남지만, 초고속 셔터를 이용하면 원하는 순간을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같은 원리로 매우 짧은 순간의 펄스를 이용하면 원자 주변을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다.

아고스티니, 륄리에 교수는 아토초 펄스 생성과 관련해 실험적 기여를 했다. 크라우스 연구원은 이를 활용해 원자와 분자를 관측하는 데 공헌했다.

아토초 수준의 펄스는 원자 및 그 이하 수준의 초정밀 분석, 양자역학적 현상의 제어 도구로 기대받고 있다.

아토초보다는 긴 시간인 펨토초(100조분의 1초) 레이저는 나노과학뿐 아니라 이미 의학, 미용, 산업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은 "펨토초 레이저를 쓸 수 있게 되며 '펨토 화학'이라는 분야가 생겼다. 아토초 펄스를 이용하면 원자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원자들이 다른 상태로 변할 때의 전자 운동 등은 아토초 수준에서 일어나는 데 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단계인 젭토초(10해분의 1초) 펄스가 등장하면 핵의 운동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륄리에 교수는 5번째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앞서 마리 퀴리(1903년 수상), 마리아 고퍼트메이어(1963년), 도나 스트릭랜드(2018년), 안드레아 게즈(2020년) 등 4명의 여성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