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뉴럴링크 '전자칩 뇌 이식' 임상시험 모집…루게릭병 환자 대상

두뇌 전기신호 컴퓨터로 해석…노트북 자판·로봇 팔 조종
실험 인원과 병원명은 비공개…FDA 승인까지 숱한 난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美 뇌 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전자칩 뇌 이식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지 넉달 만이다. 루게릭병 등을 앓고 있는 마비 환자가 전기 신호를 통해 신체 능력 일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19일(현지시간) 의학연구윤리위원회(IRB)로부터 신체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IRB는 FDA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임상시험이 개시되기 전 마지막으로 실험이 피실험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는지를 점검한다.

이에 따라 뉴럴링크는 이날 자사 공식 블로그에 임상시험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중심성척수증후군 환자 또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 환자가 대상이며 모집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환자 10명을 실험하겠다고 신청했지만 FDA는 안전성을 문제로 이보다 적은 환자를 모집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뇌 임플란트는 두뇌에 전자칩을 이식해 각종 신경 질환 치료를 돕는 기술이다. 뇌에서 발생한 생체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보내 해석한 뒤 이를 토대로 노트북 자판이나 로봇팔 등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신경 질환으로 신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머릿속 의도를 컴퓨터로 번역할 수 있다.

머스크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외국어를 자동으로 습득하거나 언어적 매개 없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신경질환 치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뉴럴링크는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기까지 숱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초 FDA가 뉴럴링크의 승인 신청을 반려하면서 임상시험에 앞서 각종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사실이 올해 3월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FDA는 △전자칩이 두뇌 다른 부위에 침입하거나 △전자장치 제거 시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2019년부터 최소 네 차례에 걸쳐 뉴럴링크의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이 임박했다고 주장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FDA의 허가를 받게 되면서 뇌 임플란트 기술에 대한 안전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FDA 출신인 크리스틴 웰 콜로라도대 신경외과 부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생체 적합성에 관한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럴링크가 조만간 임상시험에 돌입하더라도 '세계 최초'란 수식어 획득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미 미국의 또 다른 뇌과학 스타트업 싱크론이 2021년 영구적 이식이 가능한 뇌 임플란트 임상시험을 FDA로부터 허가받아 진행 중이다.

윤리적 문제도 뉴럴링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로이터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를 토대로 뉴럴링크의 동물실험 과정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500마리의 동물이 살해됐다고 지난해 12월 폭로했다.

비슷한 시기 미 농무부도 연방검찰의 요청으로 뇌 임플란트 동물실험 과정에서 동물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가려내기 위해 뉴럴링크에 대한 전례 없는 감찰에 착수했다. 지난 7월 농무부는 뉴럴링크가 자진 신고한 2019년 이전 동물실험 사례를 제외하고 그 이후부터는 규정 위반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뇌 임플란트 기술이 임상시험을 거쳐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최대 10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웰 교수는 블룸버그에 환자 모집에만 6개월가량 소요되며 시장에 선보이려면 5~10년 정도는 걸린다고 전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