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제주항공 참사 악성 게시글…'준실명제' 도입 갑론을박
익명성 영향이 쟁점 "준실명제, 자정 작용 vs 공론장 형성 막아"
실명 게시판 별도 설치 대안도…플랫폼 자체 조치는 신중히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온라인 악성 게시글이 계속되자 작성자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갑론을박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익명성이 악성 게시글의 주된 원인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실명을 밝힐 경우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위축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금까지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온라인 악성 게시글을 올린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8일 오후 5시 기준 악성 게시글 총 163건을 수사하고 있다.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은 참사 초기부터 포털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 내 악성 게시물·댓글 관리를 강화해 왔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공지사항에 "피해자와 가족이 댓글로 상처받지 않도록 악플이나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글은 삼가주기 바란다"며 "이번 참사 관련 보도는 언론사가 선제적으로 댓글을 닫을 수 있도록 협조 요청했다"고 알렸다.
다음은 24시간 뒤 사라지는 댓글 '타임톡'에 부적절한 내용이 올라오면 세이프봇이 가린다. 카카오맵은 무안국제공항 등 참사 관련 장소 후기 탭에 세이프 모드를 적용해 후기 작성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그럼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악성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자 인터넷 준실명제가 해결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2007년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5년 만에 철회됐다. 이후 국회는 이용자 실명 대신 아이디와 IP 주소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논의했다.
2021년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 아이디와 IP 주소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은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돼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인터넷 준실명제는 익명성 보장의 영향이 쟁점이다. 익명성을 유지하면 악성 게시글이 계속 등장할 것이란 주장과, 익명성이 지켜져야 온라인상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도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듯 악성 게시글은 준실명제 도입보다 인터넷 이용 문화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며 "준실명제는 오히려 이용자들의 의견 표출과 공론장 형성을 막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대 교수는 "준실명제를 실시하면 이용자가 여론을 형성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포털이 실명제 게시판을 따로 개설해 이용자들이 실명 여론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제를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피해 후속 조치와 글 게재 권한 강화 등 자체 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교수는 "명백히 개인의 권익을 침해한 악성 게시글 작성자에 한해 플랫폼이 IP 주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운영 방침으로 마련할 만하다"면서도 "피해자 요청에 따라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내리거나 게시자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악용의 소지가 있다. 특정 표현의 문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고 플랫폼이 선별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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