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공공재 아냐…자율규제 본질·규제 필요성부터 명확히"
국내 플랫폼 규제, 플랫폼 공공재로 잘못 인식한 성급한 조치
자율규제에서 시작해 정부 개입으로 나아가야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국내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을 공공재로 잘못 인식한 데 따른 성급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압박하기 전에 규제의 필요성을 명확히 하고 자율규제의 본질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 서초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플랫폼은 공공재인가'를 주제로 제91회 굿인터넷클럽을 열고 플랫폼의 특성과 정부 규제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플랫폼을 규제하는 이유는 플랫폼을 공공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플랫폼은 경제학·법학적 관점에서 공공재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홍현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공공재는 배제불가능성과 비경합성 2가지를 갖춰야 한다"며 "플랫폼은 이런 공공성을 갖춘 재화이지, 공공재 자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배제불가능성은 어떤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특성을, 비경합성은 타인이 재화를 이용하더라도 가치나 양이 줄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국방·치안 서비스가 이를 만족하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플랫폼은 경우에 따라 공공성을 갖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서비스를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은 정책적으로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라며 "이들도 기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가를 내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플랫폼을 규제하는 이유는 플랫폼의 공공성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만큼 수수료 등 문턱을 낮춰 더 많은 혜택을 주려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규제는 기업이 혁신으로 이윤을 남겼고, 이를 환수하려는 조치를 피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기업만 악마화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규제가 사회 후생을 높이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경쟁을 원동력 삼아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 규제로 혁신의 동기 부여가 덜 이뤄진다면 플랫폼 서비스가 향상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계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플랫폼에 수수료율 상한을 강제하는 등 사실상 자율규제가 아닌 조치만을 해왔다"며 "실질적으로 기업에 자율규제를 맡기고 충분한 시간을 준 뒤, 미흡한 부분을 정부가 개입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꿔서 자율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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