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양자컴 국내 첫 도입…"신약 개발 비용 획기적 절감"
연세대 송도캠퍼스 IBM '퀀텀 시스템 원' 구축…127큐비트 연산
"오류 제어 납득할 만한 수준…내년부터 산업계 수요 발굴"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연세대가 국내 최초로 상용 양자컴퓨터를 통해 산업계 난제를 해결할 연구에 도전한다. 학교가 도입한 IBM '퀀텀 시스템 원'은 2의 127승(39자리 자연수) 규모 계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어 신약 물질 탐색, 분자 거리 계산 등 오랜 시간이 걸리던 연구를 혁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인천 연수구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연세대 양자사업단과 IBM은 간담회를 열고 컴퓨터 도입 배경과 사업 계획 등을 공유했다.
정재호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양자사업단장)은 "인류가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산업 수요에 대응하고자 IBM의 양자컴퓨터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예로 들었다.
정 단장은 "신약을 개발하려면 질병에 관여하는 타깃 단백질,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탐색·최적화하는 과정이 다 계산"이라며 "기존 컴퓨터로는 개발에 막대한 시간·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가격이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화이자가 만든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베크베즈'는 1회 투여에만 46억 원이 든다.
이어 "양자 컴퓨팅이 연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46억 원이 아닌 4억 원, 4000만 원짜리 약도 나올 수 있다"며 "IBM과 함께 바이오 퀀텀 이니셔티브를 맺은 것도 이런 절박한 수요부터 해결하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퀀텀 시스템 원은 기존 실험용 양자컴퓨터의 약 6배인 127개 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 기본단위)를 탑재했다.
큐비트는 연산단위 비트와 달리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어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중첩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오류가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정 단장은 "오류 제어 등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려면 큐비트가 양자 상태(0과 1의 중첩)를 유지하는 '결맞음'이 중요하다"며 "검수해 본 결과 계산 작업 동안에는 결맞음이 지속되는 등 납득할 만한 성능 지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류 제어가 아직 완벽하진 않아 모든 분야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성능의 신뢰성이 중요한 상용 컴퓨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IBM 측은 2029년까지 오류 제어 기술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는 기술 활용처를 넓히고자 내년 2월까지 송도 캠퍼스 내 연구동 '퀀텀 콤플렉스' 설립을 마무리하고 국내외 다양한 협력 기관을 유치한다. 다양한 산업계와 접촉해 양자컴퓨팅의 잠재적 수요를 발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탐색에 나선다.
정 단장은 "양자컴퓨팅에 기반해 화학, 소재 등을 연구하는 10개 워킹그룹도 꾸렸다"며 "궁극적으로 양자사업단이 발굴한 산업체 수요를 해결하는 게 이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퀀텀 시스템 원은 기본적으로 IBM의 자산이다. 학교는 연간 라이센스 비용을 내고 독점 사용권과 기술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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