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뉴스 댓글 막는 포털…2차가해 예방 vs 공론장 위축
네이버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카카오 실시간 댓글 중지
유가족 "댓글 역기능 존재"…일괄 폐쇄보다 선별 조치 필요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10·29 이태원 참사 2주년 전후로 관련 기사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공론장을 위축시킨다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뉴스는 "이태원 참사 2주년 관련 기사 댓글에서의 2차 가해를 방지하고자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며 "언론사가 선제적으로 댓글을 닫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댓글로 공지했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언론사가 직접 기사의 댓글 제공과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를 시행 중이다. 언론사는 특정 기사의 댓글 창을 선제적으로 닫거나 사용자 요청에 따라 섹션·기사별로 댓글 창을 닫을 수 있다.
카카오의 다음뉴스는 이태원 참사 2주년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던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참사 관련 보도의 타임톡 서비스를 중단한다. 타임톡은 기사 송고 시점부터 24시간 동안 실시간 채팅할 수 있는 댓글 서비스다.
다음뉴스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혐오·모욕성 내용으로 2차 가해 우려가 커진 뉴스 댓글 창과 관련해 언론사와 포털의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깊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포털의 조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두 단체는 무분별한 댓글로부터 오는 상처와 피해를 막아달라며 지난해부터 양사에 기사 댓글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포털은 참사를 알리는 순기능이 있지만 2차 가해성 댓글이란 역기능도 분명히 있다"며 "댓글을 통제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선을 넘는 2차 가해를 막으려면 댓글 창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뉴스는 댓글 창 폐쇄 여부를 언론사 재량에 맡기다 보니 일부 관련 기사는 댓글 창이 열려 있기도 하다. 29일 일부 이태원 참사 2주년 관련 기사에서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2차 가해성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창은 추모 선플이 달릴 수도 있고 여러 의견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라 일괄 폐지를 원치 않는 언론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별 운영 방침을 존중하되 악플과 2차 가해를 막고자 댓글 정책을 언론사 재량에 맡겼다는 입장이다.
포털의 댓글 금지 조치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나 별도 절차 없이 댓글을 게시할 수 있으니 혐오성 발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판단과 검증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공론장을 없애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는 "2차 가해를 막고자 하는 유가족 입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선의의 댓글이나 재발 방지 촉구 같은 다양한 목소리까지 막을 수 있다"며 "일괄적으로 댓글 창을 닫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댓글을 선별적으로 가릴 수 있도록 포털 측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e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