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만 500년 플라스틱 쓰레기…미생물이 없앤다[미래on]

KIST 연구진 '폴리에틸렌 생분해 효소' 최초 발굴…상업화 추진
신개념 융합 분해공정 열쇠도…미생물 키워 고부가 원료 생산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플라스틱 폐기물 생분해 효소 분해 과정 모식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세기 최고 발명품으로 불린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지 않는 탓에 인류 최대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세계의 연구진이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분해 연구에 매진했지만 대부분 '경제성의 벽'에 부딪혀 주춤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미생물(바이러스·세균·균류·조류·원생동물 등)을 활용해 환경오염 없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는 플라스틱 분해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29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안정호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폴리에틸렌을 생분해하는 미생물 유래 효소를 최초 발굴했다고 국제학술지 '생물자원 기술'을 통해 밝혔다.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에틸렌은 식품포장용 랩·비닐봉지·우유팩·컵라면 용기 코팅 등의 원료로 쓰인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단단해 파이프(상수도관 등), 장난감, 각종 용기 등 생활 필수 소재다.

문제는 자연 분해로는 500년 이상 걸려 생태계 교란을 부르고 있단 점이다. 소각하면 유독 물질을 내뿜고, 화학적으로 분해하려면 비싼 촉매를 넣어야 해 해결책이 되기 어려웠다.

폴리에틸렌 분해 전 표면과 분해 후 표면 비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KIST 연구팀은 합성고분자인 폴리에틸렌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진 지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유력 후보로 연구해 혐기성 세균이자 대장균 일종인 펠로시누스 퍼멘탄스가 가진 지질 분해효소로부터 '펠로시누스 퍼멘탄스 리파제 1'(PFL1)을 발굴했다.

연구팀이 PFL1 효소를 산화한 폴리에틸렌에 적용한 결과 중량평균 분자량이 44.6%, 수평균분자량이 11.3% 각각 줄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PFL1 효소가 폴리에틸렌 표면에 결합한 후 조각으로 분해하는 생분해 원리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분해 처리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PFL1 효소 경우 재생 가능한 원료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기술상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화학·생물학적 신융합공정 개념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미생물은 기존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융합 재활용 공정(화학적+생물학적 공정) 기술 개발의 길도 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자원순환연구실 전상구 박사 연구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상용화지원센터 안정오 박사 공동 연구팀은 기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점을 보완한 신개념 융합 공정을 개발했다.

열 분해유에서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노르말 파라핀'을 추출한 후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디카르복실산'을 만드는 기술이다. 디카르복실산은 폴리에스터·폴리아마이드·폴리우레탄 등 고부가 플라스틱 원료다. 재활용 효율은 30% 수준이다. 이 연구 결과는 3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에 실렸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