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속 노출, 여자는 안 된다…오락가락 기준에 지치는 독자들
[웹툰 검열주의-上] 남녀 다른 선정성 기준…한국판만 검열
'플랫폼 자율규제' 한계론에 "정부 개입, 플랫폼 경쟁력 저하"
- 신은빈 기자,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손엄지 기자 = 'K-검열'
웹툰을 볼 때 간혹 스치는 생각이다. 여성 캐릭터의 신체가 노출된 장면은 빈번하게 수정·삭제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을 때가 그렇다.
해당 장면을 내보낼지 말지는 콘텐츠를 연재하는 웹툰 플랫폼이 결정하는데 일부 독자들은 플랫폼 심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웹툰 플랫폼 업계는 스토리나 작가의 그림체·의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율 규제' 방침 아래 더 투명하고 객관적인 심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대다수 웹툰 콘텐츠 속 캐릭터들의 노출 수위는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외모지상주의' 345화에는 남성 캐릭터가 알몸 상태로 앉아있는 모습이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네이버웹툰)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의 알몸을 몰래 촬영한 후 공유하는 장면도 나온다.
반면,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체인지'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필요하게 부각한다는 지적에 그림체를 수정했다.
국가별 검열 차이도 있다.
네이버웹툰 '소울카르텔'에는 같은 장면이지만 한국판과 미국판 그림이 다른 회차가 있다. 바람이 여성의 치마를 들추는 장면인데, 한국 원작에서만 속옷이 삭제됐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작가 발굴 플랫폼으로 데뷔한 레이첼 스마이스의 '로어 올림푸스' 역시 한국으로 들어올 땐 여성 캐릭터의 신체가 부각된 장면을 아예 삭제하는 식의 보수적인 그림체를 적용했다.
통상 국내 웹툰 플랫폼은 개별 콘텐츠를 차제 심의한다. 이후 선정성, 폭력성 등의 민원이 들어오면 작가·콘텐츠제공사(CP) 등의 의견을 받는다.
자율적인 판단에 따르다 보니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지나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국가별 문화적 차이도 있어 동일한 운영 기준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웹툰 측 역시 "내부 심의를 진행하지만 작가 그림체나 의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감상 기준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자율 규제 기조를 바꾸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기준을 정교하게 만든 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등 제삼자 개입에는 고개를 젓는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자체 정화 시스템을 요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후 (강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와 기준이 다른 부분은 플랫폼이 자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는 플랫폼 기업 활동 전반을 과도하게 규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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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웹툰 종주국인 한국에서 때아닌 검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탓이다. 그렇다고 정부에 맡길 순 없다.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어 플랫폼의 산업 경쟁력을 해친다. 웹툰의 선정성과 폭력성 등을 사회적 기준에 맞출 바람직한 규제 방안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