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이상 벌지 말란 건가" 공정위 규제안에 플랫폼 기업 '부글'

규율 분야 6개 중 80%가 해외 사업자…사실상 '네카오' 규제안
입증 책임 사업자에 떠넘겨…임시 중지 명령, 소상공인에 피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 · 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방향에 대한 당정협의 최종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 입장하고 있다.2024.9.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더 엄격하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단, 시장 점유율이 높더라도 연 매출 4조원 미만이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결국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라도 연 매출을 4조원 미만이면 견제받지 않는다. 사실상 일부 기업만 집중 단속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네카오 규제 법안?…쿠팡·배민도 빠져

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공정위의 규율대상이 되는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구글, 애플 등이다.

공정위는 지배적플랫폼 기업을 '사후추정'하기로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위가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고, 요건이 충족되면 일반 공정거래법보다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준은 △1개 회사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용자 수가 1000만 명 이상 △3개 이하 회사 시장 점유율 85% 이상·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 명 이상인 기업이다.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계열회사 포함)이 4조 원 미만일 경우 제외하기로 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점유하면서도 매출 4조 원 미만인 기업은 앞으로도 기준을 넘기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면서 "규모의 성장을 이뤄야 하는 플랫폼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입증책임은 사업자?…'임시 중지' 피해는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사전지정'을 포기한 것에 안도했지만, 기존 규제가 강해진 것에 우려를 내놨다. 시장에 끼칠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법 위반 시 과징금은 기존 매출액의 6%에서 8%로 늘었고, 반(反) 경쟁행위를 임시 중지하는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입증 책임도 사실상 '사업자'에게 떠넘겼다.

IT업계 관계자는 "입증 책임은 규제기관에 있는데, 잘못하지 않은 근거를 입증하라고 사업자에게 떠넘기면 영업 활동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임시 중지 명령으로 지배적 사업자의 영업활동이 갑자기 중지 된다면 그 피해는 소상공인에게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업계는 해당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서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의견을 적극 전달할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법에 도입하려했던 규제안을 이번 개정안에 다 구겨넣은 것 같다"면서 "국회에서 협의가 되고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테크 산업 발전에 저해되지 않는 방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