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도입 네카오 경쟁력 저해…中 알리·테무만 반사이익"

"韓, 중국·미국 빅테크와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
"규제가 도움이 된 예가 없어…규제 실패 가능성 생각해야"

21일 여의도 FKI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동향 국제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실장, 이증주 중앙대 교수, 유병준 서울대 교수, 조나단 맥해일 교수, 유병준 서울대 교수. 2024.08.21 ⓒ 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도입은 자국 플랫폼인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규제 도입의 반사이익은 미국과 중국 플랫폼이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여의도 FKI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동향 국제세미나'에서 백용욱 카이스트 교수는 "디지털시장법(DMA) 방식의 규제를 가장 좋아할 기업은 알리와 테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DMA를 도입했다. 한국 역시 소수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이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DMA는 유럽이 자국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식의 규제를 한국에 적용하는 건 상황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토종 플랫폼 기업이 중국 알리, 테무와 미국 구글, 애플 등과 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DMA 규제를 적용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기업은 스타트업 생태계와 중소기업을 연결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자국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 경쟁력을 약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스타트업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절반 이상이 플랫폼법 제정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플랫폼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조차도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도 2021년부터 플랫폼 기업 규제를 시작하면서 텐센트,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반토막 나고, 중국 성장률이 꺾이는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조나단 맥헬 CCIA 부사장은 "EU가 만든 규제 방식이 한국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면서 "DMA는 실험적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 알 수가 없는데 한국이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맞는 정교하고 세련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토종 플랫폼이 있고,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 진출을 막지 못한다. 유럽과 중국의 규제 방식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승주 중앙대 교수는 "빅테크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점에서 여러 나라가 서로 다른 규제를 도입하는 분절화는 한국 플랫폼이 직면한 중대한 문제"라면서 "정부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과거의 역사를 볼 때 규제가 도움이 된 예가 없다"면서 "당국만 플랫폼 기업 규제가 될 거라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데, 실패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