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보다 메일함이 더 환경을 오염시킨다고?[손엄지의 IT살롱]

이메일 1GB만 삭제해도 이산화탄소 14.9kg 배출 감소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030년에 2배 이상 증가"

KBS 유튜브 교양 프로그램 '산으로 간 조별 과제' 화면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KBS 유튜브 교양 프로그램 '산으로 간 조별 과제'에서 일주일 동안 에어컨을 켜는 것보다 메일함 용량을 지우지 않는 게 더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에어컨을 일주일 내내 틀 때 탄소배출량은 117㎏이지만, 이메일 한 통은 4g·스팸메일 한 통은 0.3g의 탄소를 배출해 1명이 1년 동안 수신하는 메일의 탄소배출량은 135㎏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메일 1GB(기가바이트)만 삭제해도 약 14.9㎏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

우리가 주고받은 이메일이 데이터센터에 쌓이고, 이메일 저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서 전기를 사용하면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 오염의 위험이 숨어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메일 한 통을 보내거나,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행위가 모두 서버에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한 전력 소비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라도 수십억 명이 매일 반복하는 작은 디지털 활동들이 모여 커다란 환경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IT기술,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필요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덕분에 끊김이 없는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고, 많은 추억을 저장해놓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환경적 문제는 전력 소비다. 서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냉각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사람보다 데이터센터가 더 많이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전력 소비의 약 1%에서 2%를 차지하고, 이는 대부분의 국가가 사용하는 전력보다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서울환경연합이 한국전력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2023년 말 기준 전국 150개의 데이터센터에서 1985㎿(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서울 강남구 전체의 전력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히 AI 영향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의 환경 오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데이터 사용 습관의 변화도 필요하다. 메일함을 비우는 것처럼 일상적인 '데이터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 때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