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짜일까" 의문 던지는 AI영화 '원더랜드' [손엄지의 IT살롱]
AI로 구현한 완벽한 남자친구 모습에 진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
사람 같은 AI가 사람보다 더 '진짜'가 되는 세상이 올 수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인공지능(AI)을 다룬 영화 '원더랜드'가 개봉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이 좋은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모아 AI로 복원하는 기술을 다룬 이야기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상의 AI일 뿐이다.
지금도 30초짜리 음성 정보만 있으면 다양한 목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1996년에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이 방탄소년단(BTS) 노래를 부르는 것도 가능한 시대다. 가상 인간이 TV 광고를 찍는 시대다. '원더랜드' 속 기술이 현실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원더랜드 기술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이 슬픔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속 수지는 식물인간이 된 남자 친구 박보검을 AI로 구현해 매일같이 영상통화를 하고 일상을 나눈다. 과거의 추억도 떠올리면서 말이다. 사람도 추억을 잊기 마련인데 AI 박보검은 하나도 잊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 행복은 박보검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면서 균열이 생겼다. 수지는 진짜 박보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나 다정한 말을 해주고, 멋진 꿈을 이뤄가고 있는 AI 박보검이 있는데, 인간의 모습이 어찌 더 실망스럽다.
결국 영화는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조금은 실수하고 서툰 인간보다 완벽한 모습으로 지치지도 않는 AI가 '진짜'가 될 수도 있다.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오히려 AI보다 사람이 감정을 다루는데 더 서툴지 모를 일이다.
지금 AI 기업들은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람과 상호 작용하는 멀티모달 기술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오픈AI는 이미 더 고도화된 기술이 있지만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사람 같은 AI는 거의 다 왔다.
사람 같은 AI가 사람보다 더 '진짜'가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AI는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도 않고 상대방과 정서적 교감 능력도 뛰어나다. 꾸준히 성실하다. 이렇게 되면 굳이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AI는 인간 세상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의 분쟁, 심지어 오픈AI 내부 갈등도 AI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진짜 사람'의 사회적 기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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