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네이버·쿠팡은 없다"…플랫폼법에 벤처투자 돈줄 마른다
소수 핵심 플랫폼 사업자 규제…"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VC 업계도 "국가적 손실" 한목소리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자 벤처캐피탈(VC) 시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기업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 일정 수준 이상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각종 비즈니스를 금지하기 때문에 "규제의 커트라인 이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우리는 더 이상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위축되고, 외국 플랫폼 기업에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로 진출하는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 유니콘 신화를 만든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회사다.
◇ 벤처투자 시장, 돈줄 마른다…"법 논의, VC도 참여해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해 발의한다고 밝혔다.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는 게 핵심이다. 매출액,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대기업 플랫폼이 대상이지만, 결국 지금의 스타트업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하려면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SNS에서 플랫폼법 제정에 VC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대로 추진되면 스타트업 업계가 고사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 배민, 네이버, 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한국)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IT 및 VC업계 등은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 신생 유니콘을 육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5857건에서 5072건으로 줄었다.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도 32억2000만원에서 25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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