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사태의 타임라인…"'이상'을 이긴 '현실'" [손엄지의 IT살롱]
AI 적극 개발론 '부머' 승리로 끝나
올트먼 "기술적 혁명, 중요한 것 상실에도 혜택 더 많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오픈AI 창업자이자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회사에서 쫓겨난 지 5일 만에 다시 복귀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타임라인을 짚어봤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창립했다. AI 기술을 누군가가 소유하고 수익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모였다. 'AI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는 슬로건으로 출범했다. 지금 오픈AI의 상업화 시도를 보면 창립 멤버들 간 균열도 예상 못할 바가 아니다.
2019년에는 오픈AI의 영리법인 자회사를 만들었다. 투자를 받지 않고는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를 했다.
영리법인이지만 '100배 이익 제한' 기준을 뒀다. 투자한 돈의 100배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130억달러를 투자한 MS가 1조30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면 투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AGI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작업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때부터는 개발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본 것이다.
오픈AI 지배구조를 보면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6인의 이사회가 있다. 올트먼과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던 그레그 브로크만, 챗GPT 연구개발을 총괄해 온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올트먼 해임은 일리야와 나머지 3명 이사진이 움직인 결과다.
그레그의 엑스(X, 옛 트위터)를 보면 올트먼 해임의 전말을 알 수 있다. 그는 오픈AI가 블로그에 올트먼을 해임했다는 글을 올리기 11분 전에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고, 올트먼은 공지가 올라오기 1분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100억달러를 넘게 투자한 MS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해임에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올트먼이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는 계획을 들켰다든가,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오픈AI는 "올트먼의 불법 사실은 없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추측은 '이상과 현실'의 문제다. 올트먼은 AI를 더 발전시켜 수익을 내려고 하고, 일리야를 포함한 다른 이사진은 AI 개발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첫 오픈AI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에서 올트먼은 "가격과 속도 중 우리는 가격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 많은 이가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익과 안정성 중 수익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다.
게다가 GPT스토어를 만들고 AI칩과 AI컴퓨터를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도 수익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치 구글과 애플을 합친 초거대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AGI 개발의 전기가 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거둔 것이 올트먼 해고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AI가 이미 인간지능에 버금가는 추론 능력을 갖추게 됐고, 위험성을 우려해야 할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결국 오픈AI 이사회는 개발자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올트먼이 해고되자 오픈AI 직원 770명 가운데 702명이 그를 따라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두머'(AI가 인류를 파멸시킬 것을 우려하는 사람)는 '부머'(AI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사람)에게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올트먼 해고를 주도한 3명의 이사는 이사회를 떠났다. 그 대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과 세일스포스 임원을 지낸 브렛 테일러가 이사회에 들어왔다. 올트먼 복귀를 도왔던 MS도 이사회의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 AI를 바라보는 올트먼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주장에 더 많은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올해 9월에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기술적 혁명에서는 중요한 것들이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혜택이 더 많기에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AI 시대에도 인간이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지 않을 것이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삶 역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더 놀라운 일을 하고, 인간의 욕망과 창의성은 무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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