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물 샀다, 넌 미술품 또 사?"…MZ 사회초년생 깜놀 대화[미래on]
부동산·미술 등 조각투자 인기…블록체인 만나 '토큰증권' 시대 성큼
발행·거래 내역 추적 쉽고 거래 비용 절감…'프라이빗 제한'은 논란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나의 첫 건물 소유', '1000원부터 시작 가능한 미술품 투자'….
요즘 '핫한' 조각투자 서비스들의 광고 슬로건이다. 사회초년생 MZ세대가 하루아침에 건물주가 되고, 미술품 투자도 1000원부터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는 소유권을 분할했기 때문이다.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함으로써 단위 원가가 높아 쉽게 가질 수 없었던 건물이나 미술품을 적은 금액으로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 분할 소유는 '토큰화'를 만나면 더 빛을 발한다.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해 토큰화할 경우, 일반 토큰을 거래할 때처럼 거래가 더 쉬워진다. 바야흐로 '토큰증권'의 시대가 열린 것.
토큰증권발행(STO)은 올해 증권 업계에서도,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최대 화두다. 국내 금융당국이 지난달 토큰증권발행(STO) 허용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STO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STO란 부동산,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이나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토큰화'해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특정 자산에 대한 권리를 분할해 소유하는 이른바 '조각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토큰화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금융당국은 STO에 블록체인의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발행 플랫폼, 계좌 관리기관, 신탁사 등이 노드(블록체인 상 네트워크 참여자)가 돼 발행 및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트래킹할 수 있어서다. 하나의 자산에 수십, 수백명의 소유권자가 생겨도 그 내역을 손쉽게 트래킹할 수 있게 된다.
발행 및 거래 비용도 절감된다. 일반 증권의 경우, 증권이 발행돼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기까지 다양한 중개기관이 필요하다. 예탁결제원, 명의개서 대행인, 매매중개인 등이 참여하며 중개기관을 거치면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커진다.
반면 블록체인은 중개인이 제거된 탈중앙화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증권을 토큰화해 발행할 경우, 그만큼 발행 및 거래에 필요한 수수료가 절감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조각투자 사례 중 다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TO가 허용됨에 따라 최대 수혜자가 된 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중 뮤직카우를 비롯해 대부분 업체가 조각투자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
일례로 뮤직카우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대신, 뮤직카우의 시스템과 키움증권의 시스템을 연동해 거래기록이 위·변조되지 않게끔 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도 사실상 조각투자가 가능한데 왜 굳이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따를 수 있다.
계좌관리기관이 늘고, 조각투자 대상의 규모가 커지면 매번 특정 증권사와 시스템을 연동할 순 없다. 일종의 '공공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노드로서 참여하는 모든 기관이 동시에 같은 거래내역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과정 면에서도,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인 것이다.
뮤직카우 등 조각투자의 '대표 격' 업체들도 STO 시대에 맞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카사코리아의 카사, 루센트블록의 소유 등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카사코리아는 지난해 3월 역삼 한국기술센터를 매각하며 디지털 증권의 공모부터 매각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마쳤다. 루센트블록의 소유도 블록체인 환경을 기반으로 지난해 '안국 다운타우너', '이태원 새비지가든' 등 건물의 임대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
단, 국내 금융당국은 제한된 노드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더리움, 클레이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과 달리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에선 사전에 허가된 노드만 블록 생성에 참여하고 거래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선 알고랜드, 테조스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STO를 지원하고 있어 확장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추후 전 세계적으로 토큰증권 거래가 활성화되면 국내 시장만 '갈라파고스'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STO 플랫폼을 개발 중인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도 프라이빗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다만 향후 규제당국과 방향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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