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인사만 꾸벅" 하는 메타버스 서울, 콘텐츠 보강에 23억원 추가투입

서울시 공공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세계 최초지만 콘텐츠 부족

'메타버스 서울'의 서울시장실에서 오세훈 시장 아바타가 인사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 서울'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메타버스 서울' 속 서울시장실에서 만난 오세훈 시장에게 말을 걸었다. 오 시장의 메타버스 아바타는 앞만 보며 꾸벅 인사를 할뿐 답이 없었다. 시장과의 실시간 소통이나 시정에 관한 직접 건의가 가능한지 살펴봤지만 관련 기능은 없었다.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가 직접 계획하고 지난 1월 16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서울시는 '세계 도시 최초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세우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IT기자가 써보니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킬만한 행정적 쓰임새와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했다.

'메타버스 서울' 내 민원 창구인 '민원 서비스' 공간. '메타버스 서울'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메타버스 속 창구에서 민원 서비스 가능하지만…'굳이'

메타버스 서울은 공공 플랫폼인 만큼 민원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 메타버스 내 서울시청 옆 '민원 서비스' 공간으로 이동하면 흔히 지방자치단체 청사에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등장한다. '120다산콜센터'와 '서울지갑 민원서류 신청' 창구 앞 의자에 아바타를 앉히면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왜 굳이 메타버스에 와서 민원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는가'다. 두 민원 모두 메타버스를 거치지 않고 전화 통화나 서울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바로 이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메타버스 서울 전용 아이디를 새로 만들고, '마이룸'에서 민원 서비스 공간까지 이동하고, 창구 앞에 아바타를 앉히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로웠다.

특히 '서울지갑 민원서류 신청'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어려워하는 민원인에게 AI 챗봇과 연계해 민원 발급 과정을 안내하는 등 메타버스 플랫폼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지갑'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될 뿐 특별히 더욱 편리한 기능은 없었다.

'메타버스 서울' 갈무리.ⓒ 뉴스1 남해인 기자

◇내게 인사하는 오세훈 시장 아바타…'생소함' 그 이상 콘텐츠는 부족

메타버스 서울 속 '가상 서울'에 입장하면 서울시청을 비롯한 서울시 공간들이 구현돼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서울시청 내부는 실제와 꽤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생소하고 신기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만나며 교류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서울을 1일 오후 7시,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2시에 들어갔을 때 마주친 사람은 3명 이하였다.

서울시장실에 들어가볼 수도 있다. 시장실엔 오세훈 시장이 웃음을 머금고 서있다. 오세훈 시장 아바타를 클릭해보았더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소통 기능은 지원하지 않아 '꾸벅'만 반복할 뿐이었다.

정규 실시간 소통 시간이나 이벤트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마찬가지로 없었다. 시장실 오른편에 있는 건의함에서 '의견 제안하기'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자체 누리집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메타버스 속 가상세계가 존재 의의를 갖기 위해선 그 '세계관'을 뒷받침해줄 콘텐츠가 필요하다. 콘텐츠는 현실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용자가 잊지 않고 메타버스를 계속 찾게 하는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엔 다양한 '월드'가 있다. 게임, 채팅, 상황극, 댄스, 숨바꼭질, 방 탈출 등 여러 주제로 만들어진 공간에 사용자들이 모여 놀이를 즐긴다. 각 월드별로 구현된 가상 세계의 모습 또한 섬세하고 다양하다. 이곳에서 만난 사용자들은 서로 친구 관계를 맺고, 다음에 또 만날 약속을 하기도 한다.

기자는 한 연예 기획사 연습실로 꾸며진 월드에 들어가 다른 사용자들이 걸그룹 스테이시의 'ASAP' 안무를 연습하는 걸 구경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제페토는 자체적으로 미션과 같은 '퀘스트'와 이벤트를 마련해 사용자가 제페토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메타버스 서울은 회의실, 핀테크랩, 택스스퀘어, 시민참여공모전, 기업지원센터, 아바타 가상 상담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청소년 멘토링을 지원하는 아바타 가상 상담실이 메타버스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서비스로 보였다. 메타버스를 통한 비대면 상담은 내담자의 부담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메타버스 서울 2단계 구축 사업' 공고를 내고 메타버스 서울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사업비는 약 23억원에 해당한다.ⓒ 뉴스1 남해인 기자

◇23억 또 들이는 서울시…매력 끌어올릴 수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메타버스 서울 2단계 구축 사업' 공고를 내고 메타버스 서울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시민 제작 콘텐츠 NFT 적용, 나만의 방 꾸미기·펫 기르기 등 마이룸 기능 고도화, 메타버스 안전체험관 구축, 부동산 계약 체험하기,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구축 등이 사업 내용에 해당된다.

이 공고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오는 12월31일 까지 진행되며, 서울시는 사업비로 약 2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개장 약 2개월차를 맞는 현재 메타버스 서울은 지난달 27일 기준 다운로드 수 1만1000회(구글 플레이스토어, iOS 앱스토어 기준) 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총 접속 수는 2만6000회 정도다. '매력도시 서울'을 표방한 서울시가 추가로 사업비를 투입하는 만큼 다른 서울 시민에게도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