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윤동주의 서시' 읽히고 '답시' 명령하니…
'사람처럼' 글 쓰는 성능 탁월…시험 등에서 부정행위 우려도
"자신의 노래로 세상을 찬란하게 하기를"…윤동주 서시에 대한 AI의 답가
- 김승준 기자
서시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문학적으로, 교육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윤동주의 서시다.
시는 함축적이고 새로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또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경우도 많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숨은 의미'가 있는 시를 어떻게 해석할까?
현재 높은 성능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챗GPT(ChatGPT)에 이 시를 입력하고 분석해보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ChatGPT는 "이것은 사람이 살아가며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죽기 전까지는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고통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을 보며 삶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윤동주의 서시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랑을 중점으로 인공지능이 문장을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의 삶 전반에 걸친 지식인의 고민에 대한 역사적 맥락에 입각한 해석이라기 보다는 시 자체만을 분석한 결과로 추정된다.
챗GPT는 실제 '시'를 이해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입력을 분석해 '그럴듯한' 혹은 '가능성이 높은' 답을 내놓도록 설계됐다. 기사에 인용된 챗GPT의 답은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반복해 나온 것 중 하나다.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기업 오픈AI(OpenAI)가 지난해 하반기에 대중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초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인 GPT3.5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업계에서는 후속 버전인 GPT4가 2023년 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GPT는 진보된 성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개이후 많은 이용자가 챗GPT를 활용한 프로그램 코딩, 문학 창작, 문서 요약 등의 활용처를 발굴해내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이 작문·서술형 시험·교육 분야에서 챗GPT를 활용하면서, 표절 우려를 낳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챗GPT는 AI가 쓴 작문을 감지하는 표절 소프트웨어 'Turnitin'까지 통과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부정행위 문제를 보도하기도 했다. 사람 같은 글을 만들어 낼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윤동주의 서시에 이어서 글을 써보도록 명령해보았다. 아래는 그 결과다.
우리의 삶은 짧고 별빛은 잠깐,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끝없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가 얻은 운명을 충실히 지키고
죽는 날까지 힘껏 살아가기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자신의 삶을 추구하고, 사랑하고,
자신의 노래로 세상을 찬란하게 하기를.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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