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에 진심이었구나"…빗썸 노렸던 FTX, '토스'에 1500억원 투자

FTX 관계사 알라메다벤처스, 토스 지분 1.14% 보유
韓 진출 위해 계좌 확보 시도한 듯…이후 빗썸 인수 통한 진출도 검토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이 공개한 FTX의 챕터11 파산 신청 자료. 프리드 창업자 산하에 4개의 사업 부문이 있고, 그 중 '알라메다' 부문에 토스가 속해 있다. FTX 관계사 알라메다벤처스는 토스 지분을 약 1.14%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관계사 알라메다벤처스가 국내 핀테크 기업 '토스'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FTX는 한 때 거래량 규모 세계 2위였으나 지난달 파산한 거래소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FTX가 한국 진출을 위해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 설립 계획이 있던 토스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스 지분 1.14% 보유…"장외 시장서 구주 매입한 듯"

지난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FTX 그룹의 투자 포트폴리오 목록을 공개했다. 해당 목록은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창업자가 지난달 FTX 파산 위기 당시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활용했던 목록이다.

목록에는 한국 기업으로 표기된 '토스'가 포함됐다. 투자 주체는 관계사 '알라메다벤처스'로 알려진 '매클로린인베스트먼트(Maclaurin Investments Ltd)'다. 투자 규모는 1억1370만달러(약 1479억원)이며, FTX 측은 토스의 기업가치를 99억3700만달러(약 13조원)로 평가했다. 해당 기업가치에 따르면 알라메다벤처스가 보유한 토스 지분은 약 1.14%다.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이 공개한 FTX의 챕터11 파산 신청 자료에도 이 같은 사실이 등장한다. 자료에 따르면 프리드 창업자 산하에는 알라메다를 포함한 4개의 사업 부문이 있고, 그 중 알라메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토스가 포함돼 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의 경우 분기 공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알라메다벤처스의 지분은 1% 내외라 공시 속 주주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토스 측은 알라메다 벤처스가 장외거래(OTC) 등을 통해 구주를 인수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토스 관계자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명단에는 알라메다가 없고, 올해 8~9월 신규 자금을 조달할 당시 투자한 주주 명단에도 없다"며 "정확한 투자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정황상 예전에 장외 시장에서 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스 투자, FTX 韓 진출 위한 포석…이후 빗썸 인수도 검토

업계 관계자들은 토스 투자와 관련, FTX가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봤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정식 출범한 건 지난해 10월이지만, 토스의 인터넷은행 진출은 이미 2019년 말 토스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 인가를 따내면서 공식화됐다. FTX의 설립 시기도 2019년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FTX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은행 계좌를 열어 보려는 의도로 토스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거래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선 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벤처스가 토스에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시기적 타당성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한다. 은행 계좌가 있어야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제가 만들어진 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2020년 3월이지만,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2019년 말이다. 알라메다 벤처스가 토스에 투자한 것도 이 시기쯤으로 추측된다.

프리드 창업자는 일찌감치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파악했던 인물이다. 그는 FTX 설립 전, 투자사인 알라메다리서치를 세우고 지난 2018년 한국에 '한남그룹'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 내 투자 활동을 위한 법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기부등본 상 한남그룹의 대표 역시 프리드 창업자다.

FTX를 설립한 이후엔 토스에 투자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단, 토스 지분과 관계없이 특금법 상 요건까지 갖추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FTX는 빗썸 인수를 검토하는 등 다른 방법을 노리기도 했다. FTX는 빗썸과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까지 논의했으나, 올해 상반기쯤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FTX 그룹은 토스 외에도 한국 기업 중 컴투스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C2X(엑스플라)'에도 500만달러(약 65억원)를 투자했다. 또 가상자산 결제 및 송금 서비스 '겟핍닷컴'에도 30만달러(약 4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