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튜브 이어 트위치까지 뛰어드니…"망사용료법 반대한다" 23만명 서명
트위치 화질 제한 조치 이후 '망 사용료 법' 반대 여론 집결
여론 악화에 국회는 책임 공방…통신 3사는 반격 채비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3만5000명.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이다.
국회에서 망 사용료 법이 표류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게 망 이용대가 의무를 지도록 하는 법안에 여야는 큰 이견 없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유튜브에 이어 트위치까지 '망 사용료 분쟁'이라는 전장에 참전하면서 법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탓이다. 이에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법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관련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유튜브·트위치 참전으로 돌아선 여론…법 반대 서명만 23만5000명
11일 업계에 따르면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 운동에는 23만5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운동을 주도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서명자 수를 공개하고 있다.
당초 망 사용료 문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전으로 부각됐지만, 기업 간 갈등에 그칠 뿐 일반 이용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망 사용료 법 국회 공청회를 기점으로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청회 직후 구글 유튜브가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띠광고)를 게재하는 등 입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유튜브는 유튜버들에게 법안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가 유튜브 등 콘텐츠 업체(CP)에 통행료로 작용해 결국 유튜버들에게도 불이익을 주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실제 구독자 238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슈카월드'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망 사용료 이슈를 다루며 "유튜버들한테 망 사용료 갈등에 대해서 의견을 내라고 기획사에서도, MCN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화질을 720p로 제한하면서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트위치 측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요금을 언급하며 서비스 운영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망 사용료가 부담됐을 거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법안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다시 게임 관련 유명 유튜버들이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비판 의견을 쏟아내면서 반대 여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여론 악화되자 여야 서로 "입장 분명히 해라"
여론이 흔들리자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을 놓고 균열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야 의원 모두 서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하면서 다투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수 참여했다는 점과 비춰봤을 때 기존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딴지일보' 게시글을 통해 "소수의 국내 ISP(통신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콘텐츠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실제 지난 4일,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망 사용료 법을 놓고 책임 공방이 오갔다. 당초 여야 의원들 모두 큰 이견 없이 해당 법안에 참여했으며,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된 상태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이 같이 하자고 했는데 야당끼리 망 사용료 공청회를 했다"며 "그사이에 구글, 넷플릭스가 공격하니 물러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 관련해 박성중 간사, 김영식 의원을 비롯해 7명이 관련 법안을 냈다"며 "이 부분은 야당의 입장을 물어볼 게 아니라 여당 입장이 뭔지 물어보고 싶다. 서로 간 입장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근거로 입법하고 이용료를 산정하냐"며 "민간 갈등을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망 사용료 법 이외에 다른 방향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유럽에서 기금을 조성하는 등 안정적 망 조성을 위한 노력도 정부와 국회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 갈려…이통사는 반격 준비 중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망 사용료 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러한 부분을 저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유튜버까지 동원된 입법 반대 운동이) 현실적으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체부는 망 사용료 법에 대해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통신사들은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주축이 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 5일 트위치의 화질 제한 조치에 대한 질의 내용을 공개했다.
KTOA 측은 "최근 귀사의 동영상 화질 저하 조치로 인해 통신사 고객센터에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 운영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용자의 화질 저하 조치를 취한 행위는 귀사의 권한이고 책임이지만, 통신사의 귀사에 대한 서비스가 아무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시행됐다는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KTOA는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통신 3사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통신사들은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를 펼 것으로 알려졌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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