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잡은 '넘버3' 코인원, 코인 거래소 업계 지각변동 오나

농협은행 비대면 개설은 '한도계좌'…'비대면 전문' 카뱅으로 옮겨
계좌 개설 쉬운 인터넷은행…코인원 점유율 늘어날지 주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 2022.2.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인터넷은행 1위 사업자인 카카오뱅크가 3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원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비트-빗썸-코인원’ 순으로 굳어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판도가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비트가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올라선 데에는 비대면 방식으로 계좌 개설이 용이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의 제휴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고려하면 케이뱅크보다 고객이 많은 1위 카카오뱅크와의 제휴가 코인원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카뱅, 빗썸 두고 코인원 택한 배경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29일 코인원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암호화폐 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코인원 고객은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코인원에 원화를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있게 된다.

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절차다. 특금법 상 원화와 암호화폐 간 교환을 지원하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코인원은 그동안 NH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원화마켓을 운영해왔다. 이번에 카카오뱅크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농협은행과의 계약은 해지하게 될 전망이다. 위약금 등 계약 해지로 인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코인원 측은 "구체적인 조건은 농협은행과 논의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상반기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를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카카오뱅크는 코인원뿐 아니라 몇몇 거래소와 사전 미팅을 진행했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코인원을 택한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코인원은 거래량 기준 대형 거래소 중 한 곳인데다, 최고경영자(CEO)와 창업자가 같아 오너 리스크(경영주발 악재)가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다. 업비트나 빗썸의 경우 오너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차이점이 코인원이 유력 제휴 상대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사고 운영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명계좌를 내주는 은행 입장에선 제휴 거래소의 보안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2014년 설립 이후 한 번도 보안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 업비트, 빗썸 모두 해킹 전력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화이트해커 출신인 점 등도 카카오뱅크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업비트-케뱅' 효과, '코인원-카뱅' 효과도 나타나나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코인원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 투자용 계좌 개설이 어려운 시중은행에 비해 인터넷은행은 비교적 계좌 개설이 쉽기 때문이다. 앞서 업비트도 지난 2020년 6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시작하면서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게다가 기존 제휴 은행이었던 농협은행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뒤 거래소에 연동할 경우 1일 송금한도가 100만원인 한도 계좌로만 이용이 가능했다. 한도 계좌를 풀기 위햐선 영업점에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거나, 재직증명서 등으로 신분을 증명해 직접 한도를 증액해야 했다.

이 때 코인 투자용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을 밝히면 증액이 어렵다는 증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비대면으로만 계좌 개설이 가능한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경우, 거래소 이용이 보다 쉬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전체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암호화폐 투자 주 연령층인 2030 세대라는 점도 코인원의 점유율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카카오뱅크 가입자도 1900만명 이상으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풀이 커진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신규 투자자 유입이 적지만, 내후년 상승장이 다시 올 경우 신규 투자자가 또 한 번 늘어날 수 있다"며 "업비트가 케이뱅크를 잡은 2020년 때를 생각하면, (코인원이) 기존 가입자가 많은 '카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