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ICT 아니었으면 BTS도 못떴어…'ICT강국' 브랜드 제대로 만들겠다"

21대 국회 입성 "스위스 명품·이탈리아 패션처럼 KOREA 하면 ICT"
"디지털 뉴딜, 포장 잘된 질소과자…현실괴리에 준비미흡"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대담=박희진 부장 손인해 기자 = 대한항공 승무원, 이미지 컨설턴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을 설명하는 세 단어는 '국가 브랜딩'으로 모아진다. 1993년 처음 해외에 나갔을때 꼬마 아이도 여성을 위해 "레이디 퍼스트"를 말하고 상점 주인은 고객을 위해 군말 없이 환불해 주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에티켓'이다.

승무원 시절 겪은 '선진국의 이미지'는 국가의 격을 끌어올리는 브랜딩에 관심이 갖게 된 계기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대선 후보 3명을 컨설팅하면서 '국가 브랜딩'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첫 슬로건으로 '친절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대한민국' 브랜딩을 제대로 해보는 게 목표다.

"ICT가 아니었으면 BTS도 못 떴다. 문화가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면 미래 비전을 보는 ICT를 키워야 한다. 쓸데없는 규제를 풀고 ICT 브랜드는 강화해야 한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허 의원은 의욕이 넘쳤다. 총선에서 옛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9번 후보로 국회 입성 '막차'를 탔지만 "내가 23번 후보였으면 23번까지 당선됐을 것"이라고 보좌진에 호언하는 '긍정의 아이콘'다웠다.

◇ 스위스 명품·이탈리아 패션처럼…KOREA는 'ICT, 과학기술'

허 의원은 과방위를 희망 상임위 '1순위'로 지망한 드문 금배지다. 통상 여의도에선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유치에 유리한 국토교통위원회나 산하기관이 많고 지역구 챙기기가 용이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교육위원회 인기가 높다.

"저는 이미지 전략가고 브랜딩에 관심이 많다. 대한민국의 이미지 상승과 브랜드 확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방송통신 분야라고 생각한다. 스위스 하면 세계적 명품이, 독일 하면 정교한 기술이, 이탈리아 하면 패션이 떠오른다. 외국인에게 'KOREA'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삼성과 LG, 그리고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 등 과학기술이라고 답한다. 앞으론 이미지 전략가가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이 얘기를 하겠다."

지난 20일엔 과방위 위원으로 첫 인사청문회를 겪었다. 당일 11시간 진통 끝에 밤늦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한 위원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의견이었다. 지금 국민들은 KBS에 내는 2500원의 수신료보다 넷플릭스에 내는 3625원의 콘텐츠 이용료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한해 760억원 적자를 내는 KBS 자구책이나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 없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제공해 정권에 충성하는 공영방송이 어떤 혜택을 받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역점 사업인 '디지털 뉴딜'에 대해선 "포장은 잘 됐으나 알맹이에 대해선 의구심이 드는 '질소 과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비유를 들었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올해 400억원을 투입해 50여개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네이버가 세종시에 설립 예정인 제2 데이터 센터 하나만 하더라도 투자금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데이터가 경제적 유용성을 가지려면 말 그대로 빅데이터가 돼야 하는데, 스몰데이터 센터 몇개로는 데이터로서의 가치도, 경제성 유용성도 없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디지털 뉴딜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 화상취업면접 컨설팅 사업 3억 날리고 '얼굴 인식' 창업 좌절

허 의원은 ICT와 접점이 의외로 많다. 그는 국내 최고의 이미지 컨설턴트로 잘 알려졌지만, 컨설팅 노하우에 ICT를 접목한 화상취업면접 컨설팅 사업을 했다가 3억을 날린 '쓴맛'도 봤다. 당시 실제 면접과 같은 상황으로 화상면접을 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코칭했다. 아직 개인용 PC에 카메라가 내장되기 이전이라 사업이 빛을 보진 못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아이템이었던 셈이다.

국회 입성 전엔 '얼굴 인식' 기술을 쫓아다녔다. 사람 얼굴을 찍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에 따라 화장과 액세서리, 옷을 추천해주는 아이디어를 냈으나 국내에선 '현실성 없다'며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몇 년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기술 박람회 CES에 가보니 그 기술을 구현하고 있었다.

"저희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는데 허탈했다. 대기업에 계시는 분께서 '허 박사를 좋아해서 하는 말인데 실리콘밸리로 가라'고 하더라. 실리콘밸리에선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는데 한국은 그게 안 된다. 목숨 걸고 해외 사례 연구했는데 결론은 '우리나라에선 안 된다'였다. 그때 아이와 남편을 버리고 실리콘밸리로 갔으면 여기 없었을 거다."

'실패한 창업'은 과방위 위원으로서 돈 주고 못 살 값진 경험이 됐다.

"보통 사람들이 돈이 있어봤자 1억~3억이다. 부모님이 잘사는 것도 아니고 남의 돈 투자를 받았다. 근데 완전 사기다. 잘못되면 내가 다 책임지고 잘되면 그쪽에서 다 이익을 가져간다. 얼굴 인식 기술은 개인정보 문제도 걸려 있다. 규제할 건 하고 풀어줄 건 풀어줘야 하는데 여러 가지가 묶여있다."

"정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실리콘밸리를 따라 했는데 겉모습만 따라 하고 속은 정말 부실하다. 경험을 안 해봐서 그렇다. 창업한 사람이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 창업하려면 아이디어만 있는 게 아니라 기술자도 있고 알고리즘도 있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네가 다 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어쩔 수 없이 사기꾼이 끼게 되는 거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야당엔 탁현민뿐 아니라 탁현민 인정해주는 리더가 없었다"

국회 입성 2개월 만에 작은 성과도 있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를 기획해 강사 초빙 등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 5명도 모이기 힘들다는 초선의원들이 매주 화~금요일 오전 20명씩 몰린다. 여권에서 추진 중인 일명 '일하는 국회법'에 맞서 '함께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해 이슈를 주도했고, 2000년대 중반까지 '국민SNS' 지위를 누린 싸이월드 이용자의 디지털 기록을 보호하는 '싸이월드 추억보호법'을 발의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진짜 일하기 위해선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 폐지, 패스트트랙 단축, 그리고 상시 상임위 소집과 출석에 따른 세비 삭감 등 야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당 독재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거다. 제가 제출한 '함께 일하는 국회법'은 여야 합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본회의와 상임위를 상시 개시하고 국민청원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싸이월드의 추억 소환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에 대한 문제고 내 정보에 대한 문제다. 앞으로는 데이터가 경제적 재화가 되는 시대인데, 제2의 싸이월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을 보호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준비하자는 차원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회수권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성안했다."

ICT 업계 최대 현안인 '타다'나 '배달의 민족' 문제에 대해선 "공부하고 다시 만나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지난 3월 국회가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쾌적한 모빌리티'로 사랑받던 타다의 시동은 결국 꺼졌고, 국내 배달앱 시장 1·2위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국가 브랜딩 이전에 '보수 브랜딩'이란 숙제도 있다.

"그동안 야당엔 탁현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탁현민을 인정해주는 리더가 없었다. 브랜딩 전문가인 저를 제대로 써야 한다(웃음). 보수는 한 번 완전히 망했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 제 삶이 바닥을 치니까 계속 치고 올라오더라. 엘리트 집단이 설마설마하다가 실제로 폭삭 무너지니까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선배가 아주 많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을'의 아이콘이다. 제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위에 선배들과 함께해 나가겠다."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