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여러 바구니에"…게임업계, 독립스튜디오 가속 배경은

빠른 의사결정·창의성 고취·개발 리스크 분산 등 장점
고용불안정·근무환경 문제엔 성과 차등 보상 경쟁 고취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게임업계에 '독립 스튜디오' 도입이 계속되고 있다. 넥슨·크래프톤(259960)·넷마블(251270)에 이어 엔씨소프트도 각 개발팀과 AI(인공지능) 연구 조직을 별도 자회사로 분사하며 체제를 전환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내년 2월 비상장 자회사로 △퍼스트스파크 게임즈(FirstSpark Games) △빅파이어 게임즈(BigFire Games) △루디우스 게임즈(Ludius Games) △엔씨 에이아이(NC AI) 등을 각각 신설한다.

엔씨는 이를 통해 본사 집중도를 낮춰 고정비를 감축하고 조직·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해 이른 시일 내 흑자 영업 구조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분사 확정 임시주총에서 "절실함, 창의성, 도전 정신을 높이기 위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인조이스튜디오(크래프톤 제공)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적극 활용해 온 크래프톤은 이달 3일 인조이스튜디오를 신규 설립했다. 이로써 △펍지 △블루홀 △드림모션 △5민랩 △렐루게임즈 등과 함께 총 14개 스튜디오를 보유하게 됐다.

넥슨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네오플·넥슨게임즈(225570)·민트로켓, 넷마블은 넷마블네오(298420)·넷마블넥서스·넷마블몬스터, 카카오게임즈(293490)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426630)·넵튠(217270)·엑스엘게임즈, 웹젠(069080)은 메가스톤·웹젠넥스트 등을 각각 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개발자들의 창의성·전문성 등을 높여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본사가 직접 개발하는 기존 방식으론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시간·대규모 비용을 투입한 신작 흥행 실패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되자 이를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다. 멀티 스튜디오로 여러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면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따라온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엔씨소프트 제공)

반면 스튜디오(자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게 돼 대형 신작을 내놨다 흥행하지 못하면 경영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 본사와 퍼블리싱(수수료) 계약 등을 맺는 경우가 많아 연봉과 업무 환경 등이 본사 대비 열악할 수 있다.

업계는 내년에도 독립 스튜디오 설립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보다는 여러 바구니에 담으면서 성과 차등 보상 등을 통해 개발자 간 경쟁 의욕을 높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시장도 인수합병보단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통해 개발 자유도를 높이는 추세"라며 "빠른 의사결정과 창의성 등 독립 스튜디오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