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아이콘 매치', 성실한 걸음이 주는 값진 울림[기자의눈]

평범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선수도 주목
많은 활동량 보인 수비수 팀의 완승…성실함의 진가 보여줘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넥슨 아이콘매치' FC 스피어와 실드 유나이티드의 경기, 실드 유니이티드의 4대1 승리 후 양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앙리, 카카, 드로그바, 푸욜 등 축구 레전드 사이에 K리그2 천안시티FC 출신 골키퍼 임민혁이 이름을 올렸다. 그의 등장은 예상 밖이었다.

이는 넥슨 팀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평범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이들 역시 '아이콘'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임민혁은 올해 3월 은퇴사에서 "내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다"면서도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던 그가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서서 카카와 드로그바의 슛을 막아냈다. 자부심을 가질만큼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결과가 주는 의미도 컸다. 공격수 팀인 'FC스피어'와 수비수 팀 '실드유나이티드'의 대결에서 수비팀이 완승을 거뒀다.

FC온라인에서 FC스피어의 선수 가치는 205조 원, 실드유나이티드는 35조 7000억 원이다. 현실에서도 공격수가 훨씬 몸값이 높다.

그러나 경기에서 수비수들의 활약은 단순한 몸값 이상의 감동을 줬다. 더 부지런히 뛰고, 신중하며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을 승리하게 만들었다.

공격수팀인 앙리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공격을 못 하는 선수들이 수비수가 된다"고 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축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며 그들을 존중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구나 공격수로 주목받고 싶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수비수의 삶도 값지다. 또 성실함이 진가를 발휘할 순간이 온다.

넥슨은 이번 '아이콘 매치'를 통해 대단한 수상이력이나 높은 연봉보다 중요한 성실함의 가치를 보여줬다. 게임 회사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울림이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