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페이커' 무릎꿇린 젠지…리그 최초 4연속 우승 새역사(종합)
14일 KSPO 돔에서 LCK 스프링 결승전 개최…젠지, T1 3-2로 꺾고 우승
파이널 MVP에 '기인', 무관 설움 풀었다…캐니언도 2년 반만에 우승
- 박소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젠지e스포츠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리그 코리아'(LCK)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리그 시작 이후 최초로 4연속 우승 기록을 세우며 국내 정상의 입지를 스스로 다졌다.
2017년 데뷔 이래 '무관'(無冠)이었던 '기인' 김기인 선수도 한을 풀었다. 올해 우승을 목표로 젠지에 합류한 이후 시즌 내내 무력을 선보였고, 결승 무대에서도 끊임없이 기세를 가져오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KSPO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진행한 '2024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젠지가 T1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뒀다. 젠지는 5판 3선승 다전제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패패승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젠지와 T1은 지난 다섯 번의 스프링·서머 리그 결승전에서 만났다. 2022년 스프링을 제외하고는 모두 젠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우승으로 젠지는 리그 최초 4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고, 상대 팀인 T1의 11번째 우승 기록을 막았다.
이날 파이널 MVP는 기인에게 돌아갔다. 럼블·렉사이·크산테 등 팀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챔피언과 역할을 선보였다.
기인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건 마지막 5세트였다. 양 팀 모두 마지막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 경기 극초반부터 기인은 '제우스' 최우제를 상대로 솔로킬을 적립했다.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팀의 앞 라인을 든든히 막아냈고, 중요한 순간 상대 딜러들의 발을 묶으며 팀의 우위를 가져오기도 했다.
T1도 다전제 경험을 바탕으로 분전에 분전을 거듭했다. 2세트와 3세트 젠지의 주요 딜러인 '쵸비' 정지훈과 '페이즈' 김수환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경기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T1의 '페이커' 이상혁은 "충분히 이길 수 있던 매치였다고 생각해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의 저력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 진행하면서 선수들끼리 합도 잘 맞았고, 시너지가 잘 났다고 생각한다. 오는 MSI에서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우승팀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의 승리 요인으로 감독·코치진과 선수 사이 활발한 피드백을 꼽기도 했다. 2·3세트 T1에 승기가 넘어간 주요 원인이 '오너' 문현준의 신짜오 기용이었는데, 그간 연습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승전에서 자신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캐니언' 김건부는 이날 승자 인터뷰에서 "4세트에서 '카직스'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지훈이가(쵸비) 갑자기 요새 카직스 어떠냐고 물어봐서"라며 "솔로 랭크에서도 해보고 연습 과정에서도 해봤는데 쓸만한 부분이 있었다. 중후반만 가도 신짜오를 상대로 상대하기 쉽고, 팀에서 밀어줘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수 젠지 감독 또한 "(패배했던) 2·3세트가 끝나고 나서는 바텀 구도를 많이 얘기했던 것 같다. 바루스와 칼리스타가 없는 구도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위주"라며 "당연히 큰 경기니까 실수한다고 생각했고, 원래는 과감하게 플레이하라고 요구하는데 오늘은 (접전이 이어지는만큼) 신중하게 풀어나가라고 피드백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이후 승자 인터뷰를 위해 모인 젠지 선수들은 첫 우승을 기록한 기인에게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직후 무관 탈출에 성공한 기인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쵸비는 "3대 0으로 쉽게 갔으면 (기인이) 안 울었을 것 같은데, 풀세트 접전까지 와서 운 것 같다"며 "우리가 울렸다고 해도 될 것 같고, '기인을 울린 남자들'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승에 진출한 젠지와 T1은 오는 국제 e스포츠 리그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출전권을 확보했다. 오는 5월 중국 청두에서 개최될 MSI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수 있다.
sos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