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년, 데이터 기반 재난 시스템은 미완성
행안부, 중점 관리지역 100곳 대상으로 인파 관리시스템 운영
사후 대응 아닌 '예방' 위해선 재난 시스템 보완 필요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이태원 참사' 2주기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사고 직후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위치정보 시스템(CPS) 기반 재난 방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왔다. 2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 기반 재난 방지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 단계다.
29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CPS 기반 사용자 위치 정보를 행정안전부에 제공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서울 이태원 관광특구,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등 전국 중점 관리지역 100곳에서 인파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접속 정보와 해당 지역의 공간 정보를 기반으로 인파 밀집 위험에 대응한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행안부의 인파 관리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재난 사각지대'를 지적한다.
시스템은 행안부가 지정한 중점 관리지역 밖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시스템 도입 이후 중점 관리지역 밖에서 일어나는 돌발 사고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 지정된 중점 관리지역이 아니면 재난 위험을 감지하기는 어려운 건 맞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정보를 바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100개 중점 관리지역에 해당하는 지자체가 경찰과 협조하겠다고 결정하면 그 지역 경찰서에서 정보를 같이 사용한다"며 "이통사 정보를 경찰과 같이 사용하라는 지침이 지자체에 일률적으로 전달된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주임교수는 "인파는 도로를 중심으로 모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정보는) 교통과 도로를 통제할 수 있는 일선 경찰에 직접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자체를 거친 뒤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정보 접근 권한을 직접 얻으면 현장 경찰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전 예방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의 인파 관리시스템이 예방보다 '실시간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인파 관리시스템은 우선 적정 인력을 배치한 다음 실시간 밀집도에 따라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식"이라며 "저희가 개발하고자 하는 건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서 상황 발생 전에 미리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행안부와 같이 재난 예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실행 중인 인파 관리시스템과는 별개다. CPS 정보와 교통 데이터, CCTV 정보를 종합한 이 시스템의 목적은 실시간 대응이 아닌 '예방'이다. 경찰 측은 현재 이동통신사의 정보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되면 이동통신 3사에 모두 CPS 기반 정보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측은 "시스템이 경보를 울리는 건 이미 상황이 혼잡해진 뒤여서 예방 차원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며 "현재 경찰청과 공동 개발 중인 시스템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동통신사의 CPS 정보를 토대로 일반 시민에게 재난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2년 11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의원 등은 기지국 정보에 기반한 재난안전문자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폐기됐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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