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1000억원 투자했는데"…KT, 르완다 4G 도매 독점권 박탈
KT, 르완다 정부 합작 통신회사…4G 깔아줬으나 손실만 3000억원
"외교부 이외 정부 보호 없어…라인야후 사태 반복 안돼"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KT(030200)가 르완다 내 4세대 이동통신(4G) 도매를 독점하는 조건에 르완다 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나 일방적으로 권리를 빼앗겼다. 르완다 정부는 도매 독점이 4G 확산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독점권을 회수했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KT로부터 공유받은 사업 현황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KT는 르완다 정부와 각각 51%, 49%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 'KTRN'을 설립했다. KT가 2038년까지 4G 도매의 독점권을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KTRN은 르완다 LTE 전국망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2014년 4G 상용화를 거쳐 2018년 5월 르완다 전체 인구 96% 커버리지를 달성했다.
그러자 2022년 르완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독점권을 회수하겠다는 내용의 통신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KTRN은 현지 법원에 정책 중단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결국 2023년 독점권은 취소됐다.
KT가 르완다 4G 전국망 구축에 들인 비용은 약 1080억 원이다.
4G 가입 부진으로 10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3113억 원에 달한다. 영업익은 2022년에 처음으로 14억 원 흑자 전환됐으나 독점권 취소에 따라 2023년 다시 2억 원으로 줄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르완다 사업은 철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해민 의원에 따르면 회사는 합작법인 청산까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르완다와 협상이 원활치 못할 경우 파산도 우려된다. 초기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KT는 약 4193억 원을 손해를 볼 위기라고 전해진다.
KT는 지분을 르완다 정부에 처분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만 남았다.
이 의원은 "현재 KTRN의 재무 상태를 보면 KT가 풋옵션을 행사해도 주당 가치가 하락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2023년 주 르완다대사관으로부터 전문을 수신해 KTRN 독점권 취소를 최초 인지했으나 외교부를 통해서만 대응하고 이외 부처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지난 9월 한-르완다 외교장관 회의 때 KT의 입장을 전달했다. 르완다 외교부 장관은 귀국 후 알아보겠다 했지만 아직 회신은 오지 않았다.
KT 측은 "르완다 정부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상황이며 르완다 정부와 현안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일을 라인야후 사태와 비교하며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각자도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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