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온상 '우울증갤' 폐쇄해도…텔레그램 '대피소' 어쩌나

'우울증·정병' 검색하니 의심 채널 무더기…정모 모집하기도
재심의 나선 방심위 "국내외 사업자 협력해 풍선효과 모니터링"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 달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 온상으로 지적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의 폐쇄 심의를 다룬다. 폐쇄 등 조치가 이뤄져도 오픈채팅,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타 플랫폼으로 이주한 이용자(유저)가 범죄를 이어가는 '풍선효과'는 여전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와 유저 제보를 종합하면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은 '대피소' 개념 커뮤니티를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들고 있다.

대피소는 검열 등을 피해 유저가 정착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지난해 5월 방심위 심의를 받은 디시인사이드는 게시물 삭제 등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피소는 경찰 수사를 피해 조건만남·불법행위 등 은밀한 이야기를 하는 창구로도 쓰였다. 지난해 우울증갤러리 파생 텔레그램 방에선 피해자 2차 가해, 성 착취물 공유 등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도 카카오톡 오픈채팅, 디스코드 등지서는 대피소 의심 채널들을 찾을 수 있다.

한 디스코드 채널은 "정병(정신병)·지뢰계·멘헤라 환영. 여성유저 다수 보유. 자해 전시 가능" 등 문구를 걸고 방을 홍보했다. 키워드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성 등을 의미한다. 별도 제한 없이 방에 입장하자 정모(정기적 모임)를 모집하거나 외설적 콘텐츠를 공유하는 행태가 확인됐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서도 '우울증갤러리, 히키(은둔형 외톨이)' 등 태그를 단 채팅방을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시인사이드 유저는 "사이트 내 다른 갤러리나 신규 갤러리 개설을 통해서도 유저 이동은 가능하다"며 "우울증갤러리 하나를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5일 디스코드, 카카오 오픈채팅 등지서는 우울증갤러리 대피소로 추정되는 다양한 소통 창구가 확인되고 있다. 외설적 표현과 오프라인 모임 제의 등 내용이 확인된다,(디스코드, 오픈채팅 스크린샷 갈무리)/뉴스1

심의를 통해 폐쇄에 준하는 결정이 내려져도 이용자 보호를 완전히 달성하기 어렵단 의미다.

방심위는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며 풍선효과 등 사후 부작용을 살펴보겠단 입장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최근 딥페이크 사태 관련해서도 텔레그램, 엑스,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과 공조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우울증갤러리 대피소 의심 정황 등을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방심위나 경찰 등 수사 요청이 오면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며 "검색 금지 태그를 확대하는 한편 심각한 사안의 경우 유저 신고를 안내하는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울증갤러리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미성년자를 노린 성범죄 창구로 악용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폐쇄 심의에선 유해 정보 불충분, 표현의 자유 등 이유로 사이트가 폐쇄되지 못했다. 최근 인천남동경찰서의 심의 요청을 받은 방심위는 디시인사이드 측 의견 진술과 자율규제 내역을 종합해 다시 폐쇄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