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읽고 그렸더니…내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발 폰좀 그만"…'디지털 디톡스' 주도하는 이통사
폰 없는 피크닉, 도파민 중독 경고 단편영화 제작 등

LG유플러스가 진행한 '노 폰 오아이스' 행사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디지털과 일상생활 간 균형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에 팔을 걷고 나섰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은 MZ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열며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 이용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23.1%는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 중 73.5%가 1분 남짓 분량의 영상인 '숏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 중 23%는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노 폰'(No Phone), 진정한 오아시스"

LG유플러스(032640)는 이달 10일 경기 남양주에서 피크닉 콘셉트의 '노 폰 오아시스' 행사를 개최했다. 오롯이 자신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이다. 90여 명이 참가한 행사는 데이터와 통신이 차단되는 상자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넣는 것으로 시작됐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행사 초반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을 다소 낯설어했다. '인증샷'을 위해 습관적으로 가방이나 호주머니에서 폰을 찾는 자기 모습을 머쓱해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그렇게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체감한 이들은 시집, 에세이 등을 읽고 필사하는 '라이팅 룸', 추억 속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 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냅 존' 등을 오가며 잊고 지냈던 일상 속 여유를 만끽했다. 드로잉 클래스와 삶의 명장면을 주제로 한 사생대회 등도 인기였다.

LG유플러스가 진행한 '노 폰 오아이스' 행사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한 참가자는 "스마트폰이 삶에 깊이 자리해 '노 폰 포비아(공포)'에 사로잡혀 살았는데 사소한 일에 집중하고 내 옆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폰이 없는 상태가 진짜 오아시스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 쏟아지는 숏폼…더 강한 쾌락만 찾는다

'일상에 스며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섬뜩하게 깨닫게 했다.'

SK텔레콤(017670)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자극적 콘텐츠의 범람에 따른 '도파민 중독'을 경고하고자 이달 11일 유튜브에 공개한 단편영화에 달린 댓글이다. 배우 김향기가 도파민에 중독돼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펜싱 선수를 연기했는데 조회수는 공개 4일 만에 2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과잉 자극은 도파민 분비 체계 등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SK텔레콤은 해당 영상으로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SKT가 '도파민 중독'을 소재로 제작한 단편영화 포스터.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지난 2~3월에도 복합 문화공간인 'T팩토리'에서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맡긴 후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하고 찜질방 콘셉트 전시 공간에서 독서와 명상, 퀴즈 풀이 등을 즐기는 등 도파민 디톡스 활동에 주력했다.

KT(030200)도 지난달 중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캠프를 열었다. 요가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올바른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연휴 등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위협도 늘어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의 디지털 디톡스 선도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화번호 하나 기억하기 어려운 시대 속 이통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취지다. 이용자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정기적으로 확인, 일상과 디지털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