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방송' 시청자 정보 유출 채널A, 과징금 취소 소송 또 패소
"우회적 방송광고 행위, 탈법 방송에 해당한다고 확인한 것"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채널A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1800만 원대 과징금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널A는 2016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보험·자산 컨설팅 TV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프로그램 로고 밑에 보험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무료 상담 번호를 기재했다.
이 번호로 연결된 외부 콜센터 상담사는 시청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오늘은 상담 접수만 도와드리고 내일 전문가가 직접 전화 드릴 것"이라고 안내하며 시청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정보를 2곳의 법인보험대리점 회사에 정보를 넘겼다.
이 회사들은 넘겨받은 시청자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채널A는 프로그램 편성 대가로 매월 회사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통위는 채널A가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2022년 12월 시정조치 명령과 함께 과징금 1880만 원을 부과했다.
방송법은 방송사가 방송 과정에서 알게 된 시청자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부당하게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채널A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시청자들이 전화상담 주체를 방송사로 오인할 여지가 컸다고 판시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다만 채널A는 항소심에서 개인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단순 신상 정보는 시청자 관련 정보가 아니고, 대표전화로 걸려온 시청자의 전화를 협찬사에 전달만 했을 뿐 직접 시청자의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상담전화의 상당수는 방송프로그램 종료 후 이뤄져 방송서비스의 제공과 무관하게 시청자 정보가 수집됐고, 시청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정보를 제공했으므로 부당한 제3자 제공이나 부당한 유용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제8-2행정부는 방송법 해석상 시청자 인적사항 등에 관한 정보도 시청자 관련 정보에 속하고, 채널A가 직접 시청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해도 협찬사 또는 그 수탁업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채널A가 수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방송서비스 제공과 인과관계가 있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시청자 정보가 보험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명시적으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수집해 법인보험대리점에 제공하고 협찬료를 지급받았으므로 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이제 김현호 변호사는 "무료 보험 상담을 가장해 협찬사로 하여금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시청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형식의 프로그램도 실질적으로는 방송광고 및 상품판매방송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일반 프로그램을 통해 우회적으로 방송광고 또는 상품판매방송을 하는 행위는 관련 방송법령상의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적인 방송에 해당함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채널A 측은 "별도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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