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기업 영향력 커지는데 '공영방송 장악' 프레임 갇힌 방통위

인앱결제·망 무임승차 방지, 포털 뉴스 알고리즘 조사 등 밀려
정쟁에 과방위서 '과학' 분리 여론도…직무대행 "현장방문 강화"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2024.8.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공영방송 장악' 프레임에 갇힌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가 요원하다. 탄핵소추안 통과로 이진숙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김태규 직무대행(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현재 안건 의결 등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민생과 밀접한 현안 추진을 위한 정책 검토 역시 지지부진하다.

특히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영향력 확대에 따른 규제 당국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으나 주무 부처 중 한 곳인 방통위는 여야 정쟁에 휘말리며 제 기능을 못 한 지 오래다.

이렇게 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과 방송·통신을 분리하자는 여론마저 확산하고 있다.

15일 방송·통신 업계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개원 후 가진 15차례 과방위 회의 대부분은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단행한 방통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과방위는 지난 9일에 이어 14일에도 방통위를 상대로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진숙 방통위 체제가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는 새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10개월 넘게 제재를 확정하지 못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방통위는 구글이 소비자들에게 자사 인앱결제를 강제했다는 이유로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 원,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하지만 업무 마비로 아직 제재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양 사의 이의 제기도 있었지만, 방통위원장 선임 및 구성을 둘러싼 정치적 외풍으로 방통위가 공전을 거듭한 탓도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때 "방통위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임명되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야당이 탄핵안을 처리하며 취임 이틀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의 '망 무임승차'도 있다. 22대 국회가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을 재발의하면서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 사용료 부과 논의는 재점화했다.

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망 이용대가 규율은 필요하다는 게 일관된 시각이다. 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달리 국내 트래픽 1, 2위를 차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내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물론 방통위도 국내 사업자의 비대칭적 손해를 언급하며 규제 의지를 밝히고는 있다. 그러나 정책 논의에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국내 포털 사업자의 뉴스 알고리즘 운영도 방통위에 던져진 숙제 중 하나다.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업체들을 대상으로 알고리즘과 관련한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 방통위 상황과 조사 기간 연장 등을 감안하면 발표는 국정감사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 면직 후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이 위원장 직무 정지 등을 거쳐 2년 가까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 이사 선임 이후엔 사실상 정상 업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업계 규제 및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김 직무대행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자 규제 대상 기관 등의 현장 방문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포털 사업자는 물론 과징금 부과 대상인 구글과 애플, 단통법 폐지를 비롯한 통신비 경감 등의 문제가 얽힌 통신사 등을 두루 만나 현안을 풀어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