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는 '28㎓' 4이통 카드…물 건너간 통신 경쟁 활성화

"4이통 국민 편익 만족시킬 수단 아냐"…정부 입장 변화도 감지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정부가 공들이던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통신 경쟁 활성화 정책 전반에서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스테이지엑스에 사전 통지한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꼭 필요하냐는 '회의론'이 번지는 모습이다. 대기업조차 관심을 두지 않은 제4 이통사 출범은 더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변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산적한 통신 분야 현안을 푸는 데 4이통 출범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편익이 우선인 건 맞지만 4이통이 이를 만족시킬 수단은 아니다"라며 "4이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성은 인정되는데 상황이 긴박한지 등 고려 요소가 꽤 있다"고 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를 감안할 때 4이통을 출범을 둘러싼 큰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4이통이 출범하더라도 통신시장 경쟁 촉진이란 '메기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해 왔다. 28㎓ 주파수 대역만으로는 신규 사업자를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낮은 사업성이다. 28㎓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장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하기에 인프라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통신 3사가 해당 주파수를 포기한 배경이다.

업계는 28㎓ 대역만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맞서는데 정부는 뾰족한 후속 조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통 시장 내 경쟁 요소가 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제4 이통사 출범에 열을 올리던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알뜰폰 가입자는 900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통신 3사 요금 최저구간도 3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 의지도 크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관련 발표을 하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 기대와는 달리 4이통이 알뜰폰 가입자만 뺏어오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지속 제기돼 왔다. 4이통 출범을 비롯해 가계 통신비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의 아쉬움만 커졌다. 정부가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국내 이통 시장 변화상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헛발질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제도적 미비점을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 제도 개선 방안 및 향후 통신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연구반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