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 인하' 용두사미…총선 맞춤용이었나

4이통·단통법 페지·전환지원금 제도 '빈손'
민생 달래기 급급…"국내 이통시장선 성공 어려워"

(뉴스1 DB)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정부가 밀어붙인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총선용 '반짝 공(空)약'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정책 핵심이었던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은 사업자 신뢰성 문제로 좌초됐다.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전환지원금도 큰 호응이 없고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법안의 앞날도 예단하기 힘들다.

정부가 총선 전 '민생 회복'을 위해 이들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두사미'다. 정부가 시장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성급하게 접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23일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 이통사 출범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월 제4 이통용 주파수를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을 최근 취소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약속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는 등 이행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2019년 정부가 통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사업자의 재무 능력을 평가하는 절차를 없앤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총선 전 제4 이통사 출범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도상 허점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취소를 결정할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 취소가 확정되면 신규 사업자를 찾을 계획이다.

다만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고 신규 사업자가 할당받을 28㎓ 대역의 사업성도 낮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끌어들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단통법 폐지나 전환지원금 도입, 알뜰폰 활성화 정책 등과 충돌이 불가피한 점도 꾸준히 문제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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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야심 차게 추진한 전환지원금도 소비자에겐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통 3사가 최대 13만 원으로 책정한 전환지원금을 방통위 요청에 따라 1주일 만에 33만 원대로 높였을 땐 반짝 효과가 있었으나 실제 번호 이동 건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통신사 결합 할인 등의 혜택에 밀린 결과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된 3월 16일부터 5월 말까지 전체 번호 이동 건수는 131만 5518건으로, 제도 시행 전(132만 9774건)보다 오히려 1만 4256건 줄었다. 고가 요금제와 특정 단말기 의무 사용 등의 요건에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역시 총선 전 정부가 꺼내든 단통법 폐지안은 지난달 말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다시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한목소리를 내면서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야 정쟁 속 실제 법안 처리 시기는 가늠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총선 분위기에 휩쓸린 정부가 국내 이통 시장 변화상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이통 3사 체제가 구축되기 시작한 20여년 전과 달리 가입차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시대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가계 통신비를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국내 통신 시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결코 안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4 이통사 무산과 관련해서도 "고시 변경 등을 통해 사업자의 재정 능력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과기정통부는 매우 소홀했다"며 "재정 능력이 부실한 사업자의 진입을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