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누가 떠 안나"…'28㎓'만으론 4이통 8전9기도 적신호
[4이통 좌초-상] 자본력 갖춘 신규 사업자 확보 어려워
시장 경쟁 체제도 구축…4이통 '회의론' 급부상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자본금 부족' 등을 이유로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또다시 좌초하자 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꼭 필요하냐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확보한 28㎓ 주파수 대역의 사업성이 크지 않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뛰어들 이유가 없는 데다 출범한다 해도 '메기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다. 전문가들은 이 주파수 대역만으로는 신규 사업자를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 입을 모은다.
17일 IC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 이통사 후보였던 스테이지엑스 선정 취소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경매를 통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업계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주파수 경매 대금 외에 인프라 구축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신규 사업자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에서 회수한 28㎓ 대역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 주는 방식으로 제4 이통사 선정을 추진해 왔다. 국내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말 경매 시작가의 5배 이상(4301억 원)을 써내며 해당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명시했던 2050억 원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과기정통부는 후보 자격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열기로 했다.
업계는 이통 시장 내 경쟁 요소가 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제4 이통사 출범에 열을 올리던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알뜰폰 가입자는 900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통신 3사 요금 최저구간도 3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 의지도 크다.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기에 정부 기대와는 달리 제 4이통사가 알뜰폰 가입자만 뺏어오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지속 제기돼 왔다.
28㎓ 대역 주파수만 고집하는 정부 방침에도 비판이 인다. 28㎓ 대역은 속도는 빠르지만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장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하기에 인프라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통신 3사가 해당 주파수를 포기한 배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8㎓ 대역 주파수는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는 28㎓ 대역 만으론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맞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적 서비스를 펼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며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한 기업 간 거래(B2B) 영역도 사업 확장성 측면에선 전망이 밝지 않다"고 했다.
신규 사업자의 사업 및 재정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통 시장 경쟁 제고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린 정부 책임론도 불거진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8㎓ 주파수로 메기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발상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계륵'과 같은 28㎓ 대역 주파수 처리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어 이통 3사가 포기한 주파수 대역에 4000억 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기지국 설치 의무 완화 등 '특혜' 수준의 유인책을 제시한 배경이 무엇일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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