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유럽통신사업자협회 "빅테크는 망 투자 수혜자…공정 분담해야"
[인터뷰]알레산드로 그로펠리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차장
- 윤지원 기자
(바르셀로나=뉴스1) 윤지원 기자 = "빅테크 기업은 통신망 투자에 대한 큰 수혜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망 투자에 대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정당하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장에서 뉴스1과 만난 알레산드로 그로펠리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차장은 이같이 말했다.
올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망 사용료 이슈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유럽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망 사용료 부과론과 이에 대한 반대론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구글, 넷플릭스 등의 기업이 메타버스와 같은 미래 비전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더 나은 통신망 환경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투자 비용의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빅테크는 170억 유로(약 24조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중 90%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대한 투자고 10%만이 콘텐츠 전송을 위한 해저케이블 등에 대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560억 유로(약 78조원)를 투자했다"며 "투자 규모에 대한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유럽에서 시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최근 1년간 망 사용료 이슈가 정치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지난해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디지털 권리 및 원칙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공정 분담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며 "이후 전세계적으로도 논의가 이뤄졌다. (망 사용료가) 최대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EU 관계자가 MWC 행사장에서 망 사용료 이슈가 통신사와 빅테크 간의 전면전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MWC 개막 첫날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공정 분담에 대한 통신 사업자와 빅테크 간의 분쟁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통신사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 사이에서 이분법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집행위원의 발언에 동의한다. 통신사 대 빅테크 구도가 아니다. 통신사와 빅테크 모두 통신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유럽의 모든 이들에게 5G와 통신망을 제공하기 위해 이같은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돼서는 안된다는 유럽 내 시민단체들의 시각에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는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두고 공동 기금보다는 사업자들의 직접 투자가 적절하다고 본다. 민간 기업의 투자 규모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협회는 현재 EU에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통신사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지난 23일 EU 집행위는 망 사용료 법안 마련에 앞서 12주 동안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현재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와 함께 추진 중"이라며 "사업자들은 일명 '호주식 모델'로 불리는 방안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는 통신사가 빅테크의 트래픽 과용량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되 사업자 간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제3자에 의한 조정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등의 국가들과도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로펠리 사무차장은 "우리에게 미국과 영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 국가와 (망 사용료에 대한) 교류를 지속 중"이라며 "미국 국회에서는 공정 분담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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