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새 활력 거점으로"…9000억 들여 '노후 우체국' 새단장(종합)

총 9000억원 예산 투입 전망…세금 대신 예금 사업 적립금 활용
사과·서핑보드 등 지역 특색 활용…복지등기·폐의약품 수거 등도 추진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전국 400여곳 우체국을 재건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에서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이 발표하는 모습 (우본 제공)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우정사업본부가 내년부터 5년간 약 9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400여곳 노후 우체국을 새롭게 단장한다. 지역 특색에 맞춰 건물을 재건축하고 복지시설 등도 마련해 지역 사회 거점 공공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전국 400여곳 우체국을 재건축한다고 밝혔다.

이날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지역 균형발전과 소외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우체국이 가지고 있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우체국 시설이 아니라 소상공인 창업지원이라던가 주민 복지시설도 같이 넣어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 거점이 되도록 우체국 공간을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은 농·어촌지역을 시작으로 순차 진행된다. 3400여개 우체국 중 우본이 직접 건물을 운영하는 우체국이 1900여개다. 이중에서 35년 이상된 노후 국사가 600여개다. 우본은 개보수를 통해 시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곳을 제외한 400여곳을 대상으로 재건축에 돌입한다.

우본은 내년부터 5년간 약 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우선 내년에 1000억원을 투입해 50여곳을 재건축한다.

재원으로는 우체국 예금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금 등이 쓰인다. 우본은 이번 재건축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 않으며 전액 자체 조달된다고 밝혔다.

손 본부장은 "2023년도 예산안에는 저희가 기존 노후 우체국사 관리 예산 이외에 재건축을 위한 예산 신규로 1000억원을 편성했다"며 "우체국 예금 쪽에 적립금을 활용해서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손 본부장은 이외의 투자 재원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전국 400여곳 우체국을 재건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체국사 디자인 개선안 예시 (우본 제공)

우본은 이번 재건축으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주민 친화적인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도시 재생의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특히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빨간 벽돌의 외관을 벗어나 사과, 한옥, 서핑보드 등 지역 특색을 활용해 국사를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될 우체국에는 창업 지원 시설과 주민 복지시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우본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설계 단계부터 상생 공간 조성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단장한 우체국은 이르면 내년 말쯤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우본은 조직 내 체질개선도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예금·보험 수익성 악화가 가중돼 지난 7월부터 '우정사업 비상경영반'을 가동 중이다.

손 본부장은 "현재 다행히 현금 확보를 일부 하고 있지만 내년보다 내후년 여파가 더 있을 거라서 우편 사업 적자를 최소화하고 예금·보험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본은 복지등기 배달 서비스, 폐의약품 수거 등의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부산 영도에서 시작된 복지등기 서비스는 지자체와 협력해 위기가구를 발견,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총 8개 지자체에서 1100여건의 복지등기가 전달됐으며 136가구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공공·민관 단체와 연결됐다.

손 본부장은 "복지부에서도 성과가 있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전국 지자체 다 확산해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재원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본은 가정에 있는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사업도 추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및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또한 4대 시중 은행에 우체국 금융 창구망도 개방해 오는 30일부터 시중 은행 이용자들은 우체국에서 입출금 조회, 자동화 기기 등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손 본부장은 "디지털 혁신 변화를 통해 시중 은행 점포가 대부분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지역에 금융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우체국이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g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