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는 트랙터, 논밭을 혼자 움직이더니"…추수 뒷정리 뚝딱
자율주행 4.5단계 트랙터 공개…인간 개입 최소화
과수원에 쓰이는 운반·방제로봇…인건비 절감 효과
- 이정후 기자
(김제=뉴스1) 이정후 기자 = 전북 김제의 한 농경지. 작업자의 명령에 트랙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진하는 트랙터의 후면에는 농토를 잘게 부수는 로터베이터(작업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트랙터 앞으로 사람이 불쑥 등장하자 작업은 곧바로 멈췄다.
작업을 재개한 트랙터가 가까이 다가오자 운전석이 보였다. 능숙한 운전 실력을 보여준 트랙터의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대동(000490)의 자율주행 4.5단계 수준의 무인 농작업 트랙터의 모습이었다.
대동이 지난 13일 전북 김제에서 '2024 대동 미래농업 데이'를 열고 업계 최초 온디바이스AI 트랙터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트랙터·이앙기·콤바인을 공개한 지 1년 만이다.
이번에 대동이 공개한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온디바이스AI가 특징이다. 트랙터 상단에 부착한 데이터 수집 장치로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주변 환경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한다.
학습한 데이터는 자체 클라우드에 쌓여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이끈다. 기기 스스로 학습하기도 하고 쌓은 데이터를 다른 기기와 다시 공유하기도 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대동의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6개(최대 8개)의 카메라를 주축으로 한 '비전 센서' 기술로 작동한다.
비전 센서는 빛을 쏜 뒤 돌아온 빛을 다시 인식하는 라이다(LiDAR) 방식보다 농촌 환경에 더욱 적합하다. 농촌에서 자율작업을 수행하려면 장애물뿐만 아니라 트랙터에 부착하는 작업기, 농기계가 작업하는 농경지 등 다양한 대상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물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쌓아야 하므로 비전 센서의 활용도가 더 높다. 실제로 글로벌 선진 기업인 존디어와 모나크 등은 비전 센서 기능을 채택해 사용 중이다. 대동에 따르면 가격 측면에서도 비전 센서용 카메라는 5만~10만 원, 라이다는 약 1500만 원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이번에 공개한 무인 농작업 트랙터가 지난해 공개한 자율주행 3단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트랙터 스스로 작업기·경작지·장애물을 인식한다는 부분이다.
트랙터는 기기 후면에 부착하는 작업기의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 땅을 갈아엎거나 비료를 주는 등 세부 작업에 따라 부착되는 작업기의 종류가 모두 다르다.
농촌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트랙터 스스로 작업기를 인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일부 작업기는 곡선 주행 시 작업기가 지면에 닿지 않아야 하는데 작업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섬세한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3단계와 달리 농경지의 작업 면적을 스스로 판단해 작업 경로를 설정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작업 경로를 설정해야 했으나 이제는 트랙터가 농경지의 가장자리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작업 구역을 설정한다.
해당 기술 수준은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공표한 농작업 자동화 기준 5단계에 해당하지만 대동은 100개에 달하는 시중 작업기 인식 능력을 조금 더 고도화하기 위해 4.5단계로 명명했다.
대동은 지난 2년간 전국 각지에 해당 트랙터를 배치했으며 2500시간 이상의 농경지 주행을 통해 국내 업계 중 가장 많은 300만 장 이상의 농업 환경 이미지를 수집했다.
무인 농작업 트랙터가 보급될 경우 농작업 시간은 20% 이상 줄고 생산량은 최대 1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동은 해당 제품을 고도화해 2026년 말 출시할 예정이다.
발표를 진행한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국내 및 일본 농기계 업체가 채택한 기존의 라이다 센서와 초음파 센서의 제한적인 환경 인식을 넘어 세계 1위 존디어가 입증한 비전 센서 방식으로 자율 농작업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온디바이스AI 플랫폼은 농기계의 로봇화를 앞당기고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동은 과수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반·방제 로봇도 시연했다. 운반 로봇은 자율주행 기능을 바탕으로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사과나 배 등의 과일 운반을 돕는다.
지난 9월부터 체험단으로 참여 중인 이은주 씨는 "기존에 쓰던 SS운반기보다 소음이 적고 매연이 없어 좋았다"며 "3명을 고용해야 할 수 있는 일을 운반로봇으로 대체해 인건비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동은 내년 1분기에 유선(와이어) 추종 방식과 자율주행 방식 등 두 버전의 운반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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