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VC도 '글로벌 큰손'되도록…규제 좀 풀어주소"
중기부, 벤처캐피탈 간담회 개최…업계 8곳 참여
"투자 활성화 위해 규제 풀어야…데이터도 중요"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토종 벤처캐피탈(VC)은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그런데 토종 VC도 해외 유망기업에 투자하고 보다 큰 수익을 올리는 '글로벌 VC'로 성장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정부도 글로벌 VC를 육성하겠다며 업계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VC업계는 이에 대해 출자 제한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투자자(LP)들을 유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정부 차원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와 같은 업계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글로벌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기부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벤처캐피탈 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부 측에서는 오영주 장관과 임정욱 창업벤처혁신실장, 신상한 한국벤처투자 부대표 등이 자리했다.
VC 업계에서는 △신한벤처투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스틱벤처스 △HB인베스트먼트(440290) △뮤렉스파트너스 △GS벤처스 등이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벤처투자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해 국내 VC의 글로벌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 벤처투자 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할 경우, 해당 자금을 공급한 LP 국가로의 진출이나 현지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은 높아진다. LP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성장할수록 회수할 수 있는 투자 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VC의 글로벌화 역량은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VC들의 해외 진출은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 상황이다.
6년 전 설립된 뮤렉스파트너스의 강동민 대표는 "3~4년 전부터 싱가포르나 홍콩의 주요 LP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네트워킹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 국내 VC가 해외 LP들과 접촉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나 방안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벤처투자를 통해 외화를 벌어온다는 점에서 투자나 출자 제한과 같은 규제가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인도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 20%를 투자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해외 전용 펀드의 경우 해당 국가에 100% 투자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면 목적과 취지에 부합할 것 같다"고 했다.
허준녕 GS벤처스 대표도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경우 해외 투자가 20%로 제한돼 있는데 이러한 규제들이 나아지면 벤처캐피탈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벤처투자 관련 정보의 투명성이 확보될 필요성도 건의됐다. 위험자본으로 인식되는 벤처투자의 실제 수익성을 신뢰성 있는 정부에서 마련할 경우 LP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금융권들도 벤처투자의 수익률이 괜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BIS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춰야 해서 출자를 못 한다고 한다"며 "벤처투자가 안전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통계 데이터를 제시해 설득하고 규정을 고치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모태펀드나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높다고 하는데 공정한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금융권도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께서 지시하셨기에 잘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벤처투자의 경제적 효과 및 벤처투자 시장에서의 모태펀드 역할'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인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매년 평균 매출액은 12.6%, 영업이익은 5.1%씩 증가해 벤처투자가 스타트업의 성장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 역시 지난 10년간 출자액이 증가하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5.2배 증가하는 등 민간 자금을 유인하는 높은 효과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영주 장관은 "벤처 캐피탈의 역할과 이들에 대한 지원이 글로벌화에 정말 중요하다"며 "중기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