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만 불연소재면 뭐하나, 가구가 타는데"…난연 의무화 '대두'

[화마가 삼킨 가구 下]작년 생활공간 화재 중 14% 침실서 발생
좁은 공간에 가구 밀집해 화재 시 취약…"소파·매트리스라도 난연화 해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건물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발화 원인을 찾고 있다. 2024.8.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여러명이 머무는 다중이용 시설을 중심으로 난연 가구를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건축물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은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불길을 키우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가구 화재안전 관련 규제가 미흡해서다.

현실적으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가구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규모가 큰 다중이용시설부터,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반고정 상태인 매트리스와 소파 등 일부 가구부터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생활공간에서 발샐한 화재건수 8965건 중 14%인 1200건이 침대가 위치한 침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침실은 거실 등에 비해 좁은 공간에 가구 배치 밀집도가 높아 불길이 쉽게 번지기 쉬운 환경이다. 실례로 최근 인명사고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당시에도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불길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매트리스나 소파의 경우 면적이 넓은데다가 스프링과 직물로 구성돼 화재에 취약하다. 결과론이지만, 불에 잘 타지않는 난연 매트리스를 사용했다면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해 탈출 시간을 벌 수 있어 인명피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가구 안전 기준은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 등 해외국가에서 엄격한 난연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에선 매트리스에 'KS G 4300' 인증을 받으면 화재안전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담배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고 10cm 이상 타지 않으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의 결과이고, 큰 불이 아닌 담뱃불이 기준이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가스버너로 매트리스 위와 옆면에 모두 불을 붙이는 실험을 통과해야만 '16 CFR 1633'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인증이 있어야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난연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형두 원광대학교 교수는 "화재 시 가장 위험한 건 유독가스다. 이 유독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가연물이 매트리스와 소파인데, 법적 규제가 없다"라며 "다중이용 건물 중 거의 고정된 침대나 소파는 난연 재료를 쓰도록 해야합니다. 법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시행령으로라도 불연 소재를 쓰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숙박업소 침대를 난연으로 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보니 반발이 커서 무산됐다"라며 "소방청에서 난연 제품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말그대로 권고다보니 효과가 미미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물은 (화재 관련) 규정이 있는데 가구는 없다. 가구에 난연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거의 이동하지 않는 반고정 가구인 침대와 소파를 건축물로 간주한다는 조항으로 수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