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초기 스타트업 투자…벤처투자 시장은 '심사숙고'

지난해와 비교해 초기·중기 스타트업 투자 감소
"벤처캐피탈, 보수적인 투자 기조…초기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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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얼어붙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매 분기 발표되고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여전히 투자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잠재적인 미래 가치보다 사업성이 확실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기조로 투자 시장이 변화하면서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19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업력별 투자 비중은 △초기 21.4% △중기 35.8% △후기 42.8%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초기 28% △중기 37.6% △후기 34.4%) 초기·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줄고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음을 보여준다.

벤처투자 시장이 활기를 보였던 2020년 당시 △초기 30.7% △중기 40.1% △후기 29.2% 비중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과 비교해도 초기와 중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업력별·지역별 벤처투자 현황(한국벤처캐피탈협회 웹진 갈무리)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동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드투자부터 시리즈A에 해당하는 초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376건, 투자 금액은 9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와 29%씩 감소했다.

반면 시리즈D 이상의 후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2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금액은 4346억 원으로 10% 감소했으나 초기 라운드에 비해 감소폭은 작았다.

이는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못할 경우 생존 확률도 낮아지고 그만큼 수익률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경우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을 후속 투자 라운드가 받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성현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사무국장은 "작년에 벤처캐피탈(VC)들이 겪었던 투자 혹한기의 여파가 뒤늦게 초기 영역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라며 "투자할 기업은 여전히 많지만 좀 더 세밀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던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를 추진할 때 많은 VC가 신규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기존 투자에 대한 후속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신규 투자사를 유치하는 과정이 어려웠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