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 휴게소에서 즐기는 30년된 지역 맛집 어디?

칠곡휴게소 '한미식당'부터 함안휴게소 '화정소바'까지
중기부 인증 '백년가게' 158개 전국 휴게소 61개 입점

충주휴게소 내 만나밥집 ⓒ News1 이민주 기자

#추석을 맞아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맞닥뜨린 정체에 숨이 턱 막혀온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허기가 밀려온다. '휴게소가 얼마나 남았지?'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휴게소 음식이 비싸고 맛없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유명 프랜차이즈부터 전국의 맛집으로 소문난 인기 식당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를 갖춘 휴게소는 '고속도로 위 오아시스'라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는 '백년가게'도 고속도로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해당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던 백년가게 음식을 전국을 오가는 소비자들이 더 쉽게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도로공사가 '명품 먹거리' 사업을 시작한지 일년 만에 61개 전국 맛집에 158개 휴게소에 입점했다. 올해 추석 귀경·귀성길에 들릴 만한 휴게소 위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한미식당 (한국도로공사 제공)
한미식당 (한국도로공사 제공)

◇"이게 돈가스야 샌드위치야?"…칠곡휴게소 '한미식당'

칠곡휴게소에 입점한 한미식당은 40년을 이어온 칠곡군의 대표 서양식 전문점이다.

한미식당은 1980년 1대 창업주가 미군을 대상으로 양식을 팔기 시작한 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지역민에게 널리 사랑받아 왔다.

이 식당의 본점이 있는 거리는 마치 서울의 이태원 같은 곳이다. 이 거리는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주한 미군육군 군영이자 창고인 '캠프 캐럴' 때문에 생긴 곳이다. 이곳에 가면 영어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거리에는 미국식 술집이나 햄버거 집이 줄지어 있다.

한미식당은 이곳 부대 앞 거리의 대표 맛집으로 미군 출신의 매제로부터 요리법을 배운 유건동 사장이 현재는 딸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오스트리아 음식인 슈니첼을 재해석하여 식빵 사이에 채소와 체다 치즈, 돼지고기 커틀릿을 넣는 치즈시내소다. 두툼한 패티와 신선한 야채가 들어 있는 수제버거 '한미버거'도 인기다. 이외에도 비프코던블루 옛날돈까스, 함박스테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한미식당 칠곡휴게소 지점에서도 대표 메뉴인 한미버거, 치즈버거, 치즈시내소, 모짜치즈시내소, 옛날왕돈까스, 치즈돈까스 등을 만날 수 있다.

금강설렁탕 (한국도로공사 제공) ⓒ News1 이민주 기자
금강설렁탕 (소진공 제공) ⓒ News1 이민주 기자

◇"비결은 씨 국물"…단양팔경 휴게소 '금강설렁탕'

단양팔경 휴게소에는 청주 육거리시장의 노포 맛집 '금강설렁탕'이 입점해있다.

전국 5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56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전통있는 가게로 1967년부터 2대가 이어 경영하고 있다. 유영숙 대표가 창업해 아들인 박재연 대표가 가업을 승계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추억의 맛집으로 불리는 금강설렁탕은 청주 육거리시장 내 의료매장이 모여 있는 골목길에 있다. 맛집 답게 식당 앞에는 각종 예능 방송 출연 내역이 적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녀간 곳이다. 가게에 가면 윤 대통령이 남긴 '전통의 금강설렁탕, 청주 시민들의 사랑 더욱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설렁탕과 수육(소고기 머릿고기) 두가지 뿐이다. 설렁탕의 맛의 비결은 50년 넘게 전해오는 씨 국물이다. 여기에 새 육수를 붓고 4개의 가마솥에서 24시간 끌여내야 국물이 완성된다.

맛이 담백하고 잡내가 나지 않으며 인공 첨가물 없이 전통 방식 그대로 맛을 낸 설렁탕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단양팔경 휴게소와 오창휴게소, 옥산휴게소(부산방향)에서도 금강설렁탕을 만날 수 있다.

삼송꾼만두 가게 전경 (한국도로공사 제공)
삼송꾼만두 (한국도로공사 제공)

◇"바삭한 만두피와 꽉 찬 속"…영천휴게소 '삼송꾼만두'

영천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는 '삼송꾼만두'는 3대에 걸친 전통을 자랑하는 영천의 만두 전문점이다.

40년 전 주택가 골목 안에서 작은 가게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영천을 대표하는 만두맛집이 됐다. 영천 사람들은 누구나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삼송꾼만두를 먹으러 간 기억이 있을 정도인 추억의 가게이기도 하다. 상호가 '꾼만두'인 것은 군만두의 경상도 발음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이집에 가면 '어떤 것을 먹을까'하고 메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꾼만두' 단일 메뉴만 판매하기 때문에 몇인분을 시킬지만 말하면 된다.

도저히 한입에는 못 넣을 만큼 큰 만두가 그릇에 쌓여 나오는데 한입을 먹어보면 더 놀랍다. 바삭한 만두피에 놀랄세라 한입 베어 물고 나면 크디큰 만두 속이 꽉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먹을때 마다 나는 '콰삭'하는 소리는 ASMR을 방불케 한다.

튀김 요리라 느끼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바싹하게 튀겨냈음에도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 만두에 단무지와 양념장을 곁들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화정소바 (한국도로공사 제공)
화정소바 음식 이미지 (한국도로공사 제공)

◇"전통을 지키는 고집 있는 곳"…함안휴게소 '화정소바'

함안휴게소에 가면 의령시장의 대표 맛집 '화정소바'를 만날 수 있다.

화정소바는 의령시장에서 배고픈 어르신께 무료 국수 나눔으로 시작한 가게로 의령군 최초로 백년가게 타이틀을 달았다.

본점은 경남 의령군 의령전통시장 안에 있다. 1978년 창업주가 장터 내 배고픈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소바와 국수를 나눠드린 것이 시작이다. 당시 어르신들로부터 '국수가 이렇게 맛있는데 가게를 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요청이 쏟아졌고 이듬해 '화정식당'이라는 이름으로 개업을 했다.

따뜻하고 담백한 멸치육수에 메밀국수 명인이 직접 만든 메밀면과 소고기 장조림을 올려 먹는 온소바가 대표메뉴다.

이곳은 한마디로 '고집이 있는 곳'이다. 면을 자가제면하는 것은 물론 사용하는 채소도 모두 2000여 평 농장에서 직접 키운다.

전통의 맛을 이어가기 위해 체인점도 내지 않는다. 휴게소 입점 후에도 본점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본점에서 직접 운영한다. 메밀꽃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기와 담벼락을 활용한 독립 공간을 조성해 인테리어에도 차별화를 뒀다.

한편 백년가게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점포를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점포의 그 우수성과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백년가게로 공식 인증을 한다. 이달 기준 백년가게는 전국에 1357개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