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입니다" 은행서 동난 온누리상품권…모바일로 쇼핑해보니

은행 오픈런했지만 '재고 소진'…"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15% 할인한 디지털 상품권…일선에선 결제법 '혼동'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작한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 최대 15%라는 역대 최대 할인율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기를 활성화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제수품 등을 구입할 때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한 정부의 추석 민생 안정 대책에 따른 조치다.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진 지류 상품권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며 많은 이들이 상품권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아쉬움도 남겼다.

<뉴스1>은 이번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보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구입부터 실제 사용에 이르는 과정을 직접 진행해 봤다.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려 개점 시간 전부터 복수의 은행을 찾았지만 재고 소진으로 구할 수 없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은행은 '품절 행렬'

온누리상품권 특판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은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은행 문이 열기도 전인 오전 8시 30분경 서울 마포구의 한 은행을 찾았다.

9시가 되고 창구로 통하는 유리문 셔터가 올라가자 A4 용지에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온누리상품권 판매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실패였다.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의 인기를 새삼 실감했다.

곧바로 인근 다른 은행을 찾았지만 그 곳에도 '온누리상품권 재고 소진으로 판매 불가합니다. 추가 입고 일자 미정'이라는 안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처럼 '오픈런'을 하려다 같이 허탕을 친 한 소비자는 "오늘은 있을까 해서 왔지만 역시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또 다른 은행을 찾았지만 지류형 상품권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한 창구 직원은 "재고가 소진됐다"며 추가로 입고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해진 것이 없다"고 안내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구매 화면. ⓒ 뉴스1 김형준 기자

아쉬운 대로 휴대폰에 '온누리 Pay'(페이) 앱을 내려받아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했다. 할인율은 15%. 지류형이 10% 할인인데 비해 모바일 상품권은 할인율이 5%p(포인트) 높았다.

3만 원을 구매하니 결제 금액은 2만 5500원. '할인 지원금 4500원'이라는 안내에 왜 이번 특판에 사람들이 몰렸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2일 진행했던 1차 할인 판매 때에는 온라인 판매처에도 접속량이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지만 2차 판매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결제 화면./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모바일 상품권? 어떻게 하는 거지"…일부 상인들 '당황'

집에 과일을 사서 집에 가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추석이라는 대목을 맞아 상인들이 내놓은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눈길을 끌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팻말이 걸린 한 청과물점에 들어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사용 가능하다는 대답에 복숭아 한 소쿠리를 골랐다.

결제를 하려고 온누리 Pay 앱을 켜서 제시하자 가게 사장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카드 단말기에도 가져다 대보고 앱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혹시 모르니 벽에 붙은 QR코드를 찍어보라는 말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니 금액 입력창이 떴다. 복숭아 가격 1만 원을 입력하니 금세 결제가 완료됐다.

시장 상인 가운데 고령층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인 상인들에 대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결제 안내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 '종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임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가게들 중 일부는 지류형 온누리상품권만 받는다는 명패를 붙여놓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알려진 모바일·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미가맹점은 각각 15만여 개소로 비율로는 60%를 넘었다.

온누리상품권 판매 흥행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골목상권 경기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디지털 형태의 상품권 가맹점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석을 맞아 서울 시내의 시장을 방문했다는 이 모 씨(62·여)는 "아직 지류만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많은 것 같다"며 "이번에 상품권을 많이 샀는데 오래 두고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