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빈곤·기후위기 '인류'의 문제, 스타트업이 해결한다"
[퍼스트클럽] 김용재 WFUNA 서울사무국장 인터뷰①
'지속 가능한 발전' 꿈꾸는 스타트업 '시티프레너스'로 육성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김도우 기자 =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UN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과 기업들이 나서서 움직여야 하는데요. 디스토피아를 해결할 유일한 희망은 기업가 정신에 있다고 생각해 '시티프레너스'를 시작했습니다."
김용재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서울사무국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티프레너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UN 설립 이듬해인 1946년에 세워진 WFUNA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있는 유엔협회의 연맹체다. 전쟁, 빈곤, 기후위기 등 UN이 해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각 나라에 있는 시민사회에 전달해 변화의 불씨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193개 회원국이 합의한 UN의 의제는 정치적·경제적 논리에 따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종종 실효성 문제가 불거진다. WFUNA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UN과 시민사회를 직접 잇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WFUNA 서울사무국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15년, 뉴욕과 제네바에 이은 전 세계 3번째 사무국으로 문을 열었다. 70여년 간 서구 지역 중심으로 운영되던 WFUNA의 활동 무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넓히기 위해 서울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삼았다.
WFUNA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사무국의 경우 2017년부터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영향력을 결합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시티프레너스'를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과 협력해 매년 개최한다.
◇"UN 통한 변화 느리다...스타트업이 문제 해결에 앞장"
수많은 프로그램 중 스타트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가 갖는 '아시아의 네마리 용' 'IT 강국'의 이미지에 더해 도시 문제, 더 나아가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로 시티프레너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UN이 평화, 인권, 교육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무용론이 있다"면서도 "반면 도시 문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기후 위기 등 지속 가능한 발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 UN은 회원국들이 합의해 채택한 17가지 목표를 담아 2030년까지 실현하겠다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선정했다. 이 중 시민사회, 기업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파트너십'이 가장 마지막 목표인 17번째 조건이다. 앞선 빈곤 종식, 교육 보급, 기후 변화 대응 등 16가지 조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헬스케어·교통·친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시티프레너스는 시행 초기 1년에 한 번씩 서울에서 개최해 매번 2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당시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ESG가 화두가 되면서 민간 기업 사이에서도 소셜 벤처를 키워내려는 비슷한 시도가 많이 생겨났다.
그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더욱 많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을 보고 1년에 2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작년부터 시티프레너스에 관심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WFUNA 서울사무국은 올해 6월 울산광역시와 협력해 '시티프레너스 울산 2024'를 개최했다. 오는 9월에는 경기도와 손잡고 또 한 번의 시티프레너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생존율 높은 시티프레너스 스타트업…WFUNA가 지원군 역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꾸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시티프레너스 참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누적 스타트업 수는 87개국 1200여개 기업으로 WFUNA 서울사무국은 이 중 약 300개 기업을 선발해 육성했다. 최우수 기업에는 상금도 수여한다.
보통 스타트업은 3년 차부터 자금 부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데스밸리'를 겪는다. 실제로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5년 차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2020년 기준 29.2%로 10곳 중 7곳은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시티프레너스를 통해 지원받은 300여개 스타트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곳은 182개로 약 61%의 생존율을 자랑한다. WFUNA가 세상을 바꾸려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 사무국장은 "시티프레너스에 참여한 기업은 UN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외부에서 다르게 보기도 하고, 또 이들에게는 자부심과 동력도 생긴다"며 "시티프레너스 참여 경력이 당장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WFUNA 역할은 연결...올해 11월 제네바서 커뮤니티 만든다
국내 지자체뿐만 아니라 해외와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내년 5월에는 일본 도쿄도와 협력해 '시티프레너스 도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의 미즈호은행이 후원하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여러 기관이 함께할 전망이다.
WFUNA는 이처럼 각 지역에서 열렸던 시티프레너스 참여 스타트업들의 커뮤니티를 올해 본격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먼저 오는 11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UN 본부에서 'WISE'(WFUNA Impact Startup Ecosystem) 콘퍼런스를 개최해 그동안 참여했던 스타트업들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한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WISE 콘퍼런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해당 국가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스타트업'을 전 세계에 알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스타트업이 주인공이지만 UN 실무자들과 해외 벤처캐피탈이 참석해 세상을 바꿀 혁신 모델의 확산을 촉진한다.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들이기에 이들이 널리 알려질수록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무국장은 "WFUNA의 역할을 정의하자면 커넥트(연결), 커뮤니케이트(소통), 코디네이트(조직화) 등 세 가지"라며 "전혀 관련 없는 곳도 실제로 만나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WISE 콘퍼런스의 취지를 강조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김용재 WFUNA 아시아태평양 서울사무국장 약력
△2010년~2013년
-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2014년~2019년
-한중일협력사무국 대외협력담당관
△2020년~2021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계전략연구회 연구간사
△2021년~현재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아시아태평양 서울사무국장
△2023년~2024년 7월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초빙교수
△2024년 9월~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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