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재발 막자고 플랫폼 다 죽이자는 건가…교각살우 우려"
변화 속도 빠른 플랫폼 산업…"사전 규제는 역효과"
"스타트업 투자 줄어들 것…소비자 효익 감소 우려"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티메프 사태로 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각종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는 플랫폼 규제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12일 사단법인 디지털경제포럼과 함께 '혁신 생태계 성장과 보호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플랫폼 규제 법안들을 중심으로 국내 도입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 열렸다.
최근 국회는 '플랫폼 규제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7개로 세부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플랫폼을 독점적 지위를 갖는 사업자로 정의하고 사전 규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티메프 사태 발생 이후 판매 대금 정산 지급 기한 등을 명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2개 발의되면서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관련 법안 발의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법률안에 대해 "현재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입법됐더라도 티메프 사태는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벤치마킹해 특정 매출이나 거래액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국회에 이어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매출액 5000억 원 혹은 중개거래금액 3조 원 △매출액 100억 원 혹은 중개거래금액 1조 원 △매출액 1000억 원 혹은 △중개거래금액 1조 원 이상 등 기준이 제각각 다르다.
김 교수는 "지난 3년간 티몬의 연 매출은 약 1200억 원, 연 중개거래금액은 약 1000억 원이었다"며 "티몬이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었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생태계 변화 속도가 빠른 플랫폼 산업의 경우 기대하던 규제 효과와는 다른 역효과가 날 것도 우려했다.
티메프 사태는 플랫폼 규제 법안의 부재가 원인이 아니라 부실 경영이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원인을 잘못 분석한 규제 법안은 생태계의 악화를 이끌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티메프 사태는 경영자의 실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티메프 사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잣대로 플랫폼을 규제한다는 것은 교각살우"라고 말했다.
◇유럽 DMA법 벤치마킹한 우리나라 법…"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
이처럼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학계는 이전부터 생태계의 위축을 이유로 관련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특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되는 사전 규제인 점이 대표적이다. 실제 부당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매출이나 시장 규모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관련 법안에 대해 "게이트키퍼 기업과 입점 업체와의 계약 방식 및 효력을 정부가 개입하고, 이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행정형 분쟁조정제도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자신들의 상황을 고려해 만든 DMA를 벤치마킹한 플랫폼 규제 법안을 다시 살피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사전 규제에 방점이 찍힌 플랫폼 규제 법안이 스타트업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우리나라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이기에 규제 법안이 강화될 경우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의 출현은 어렵다는 시각이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해외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한 정확한 매출 지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내 기업을 위해 도입하는 플랫폼 규제법은 오히려 해외기업에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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